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이재명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접근법은 바이오 중심 생태계 활성화와 조기 상업화로 요약됩니다. 이 같은 기조는 출범 100일을 즈음한 시기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처음 공개된 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공개석상에서 구체화했습니다. 12·3 내란으로 공약 이행도 제때 완수하지 못했던 윤석열정부에선 찾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19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사건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씨는 재임 기간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을 사실상 끊으면서 산업 육성을 저해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내란으로 늦어진 공약 이행…이재명정부가 마무리
윤씨가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등한시한 대목은 공약 이행 과정에서도 드러납니다. 윤씨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으로 국가바이오위원회 설치를 내세웠습니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당초 지난 2024년 말 출범 예정이었습니다. 제동을 건 인물은 국가바이오위원회 설립을 공약했던 윤씨 자신이었습니다.
결정적 트리거는 12·3 내란이었습니다. 윤씨의 쿠데타 시도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해를 넘겨 작년 초에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뒤늦게 활동을 개시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큰 틀에서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만, 세부 규제를 손보는 등의 핀셋형 성과는 남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재명정부는 국가바이오위원회 소관 사무를 기존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로 이관하고, 새로 출범할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가 이를 다시 넘겨받는 구조를 짰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친 국가 차원의 바이오산업 육성을 이번 정부가 새 판을 짜 매조짓는 셈입니다.
세계 최단 기간 의약품 허가 심사 불씨
이번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의지는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며칠 앞둔 시점 대중에 공개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5일 인천 송도에서 바이오 혁신 토론회를 열고 산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산업 육성과 지원을 위한 별도 예산을 마련해달라는 한 바이오업체 대표의 제언을 들은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 관련 예산과 인력을 대폭 늘릴 생각"이라며 "(의약품 허가) 심사 기간을 전 세계에서 가장 짧게,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행 의약품 허가 심사 기간은 420일입니다. 이 대통령의 토론회 발언 이후 식약처는 심사 기간을 절반 수준인 240일로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의약품 허가 심사 기간 단축 지시는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작년 12월16일 업무보고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전 세계에서 제일 빨리 심사 처리를 할 수 있게 하라"고 재차 지시했고, 두 달여 앞선 같은 해 10월17일 제2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선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행정안전부가 반대하더라도 이를 관철시키겠다"고 화답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단 기간 의약품 허가 심사를 위한 식약처 인력 채용 규모는 200여명입니다. 식약처는 업무보고 당일이었던 작년 12월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허가 심사 관련 업무를 맡을 209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습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해 12월16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 무게중심 바이오시밀러로 이동…규제 대폭 완화
이재명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책 중 눈에 띄는 또 다른 지점은 바이오시밀러 활성화 전략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입지를 키워 국내 산업 생태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의 시발점 역시 지난해 9월 바이오 혁신 토론회였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권장하는 해외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선호한다는 지적에 "일종의 부조리"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토론회 이후 허가기관 수장인 오 처장의 공개 메시지에선 바이오시밀러 등장 빈도가 늘었습니다. 일례로 오 처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420일이 걸리던 바이오시밀러 등의 허가 심사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24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하고, AI 기반 허가 심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심사 효율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의약품 전체 심사 기간을 줄이겠다는 정부 기조를 설명하면서 신약이 아닌 바이오시밀러를 대표 주자로 내세운 겁니다.
이 대통령과 식약처가 제약바이오산업 무게중심을 바이오시밀러로 옮기자 허가 과정에서의 규제도 대폭 완화되는 모양샙니다.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의 규제 합리화는 식약처의 식의약 안전 50대 과제에 포함됐습니다. 식의약 안전 50대 과제는 식약처가 이재명정부의 국정 과제 완수를 위해 분야별 현장 의견을 들은 뒤 발굴한 내용들입니다.
식약처가 추진할 바이오시밀러 규제 합리화 핵심은 신속 허가입니다. 임상시험 3상을 거친 뒤 허가를 내줬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3상을 면제해 허가를 내주는 식입니다. 식약처 설명을 종합하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진행된 비교유효성임상시험(CES) 재평가가 임상 3상 없이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내주는 조건입니다.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환자 치료비 절감입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환자 치료 기회 확대와 국내 제약업계 지원을 위해 허가 심사 인력 확충 등을 통해 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혁신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