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커피·음료 가격 줄인상"…소비자 고통 가중

농심, 내달 1일부터 '백산수' 출고가 9.9% 인상
인스턴트 커피, 음료 등 가격도 줄줄이 올라

입력 : 2024-11-27 오후 4:01:50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식품 업계가 생수를 비롯, 커피, 음료 등 가격을 줄줄이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고통이 나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고물가 고착화 흐름에 따른 각종 부대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데요.
 
문제는 생수와 같은 생필품과 커피, 음료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기호품의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싼 다른 가공식품들의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특히 먹거리 가격은 물가의 뼈대를 구성하는 만큼, 정부가 이 같은 상승세를 면밀히 주시하고 심할 경우 가격 조정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생필품 생수부터 음료까지 줄줄이 인상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다음 달 1일부터 '백산수' 출고가를 9.9% 인상합니다. 백산수 가격 인상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6년 11개월 만의 일입니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 가격이 순차적으로 오를 전망인데요. 편의점의 경우 백산수 500밀리리터(㎖) 제품 가격은 950원에서 1000원으로 50원(5.2%) 상승합니다. 또 대형마트에서 백산수 500㎖ 가격은 430원에서 480원으로 50원(11.6%) 오릅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재료 가격, 물류 비용 상승에 따라 단행됐다는 것이 농심 측 설명입니다. 백산수는 농심 중국 제조법인인 연변농심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어오는데, 이 과정에서 해상 물류비가 2018년 대비 90% 수준으로 크게 상승한 점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한편 국내 생수 경쟁사인 제주개발공사와 롯데칠성음료는 당분간 생수 가격 인상 방침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물류비 등 각종 제반 비용 압박이 증가하는 생수 산업의 구조는 비슷하다는 점에서, 다른 브랜드의 생수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연말 들어 가격이 오른 것은 생수뿐만이 아닙니다. 앞서 이달 15일 국내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90%를 점유한 동서식품은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8.9% 인상했습니다. 이로 인해 주력 제품인 '맥심 모카골드 리필' 500그램(g) 제품은 1만7450원에서 1만9110원으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2.16킬로그램(㎏) 제품은 2만3700원에서 2만5950원으로 각각 올랐습니다.
 
아울러 음료 가격도 인상되고 있는데요. 농심은 내달 탄산음료인 '웰치스 소다' 355㎖ 출고 가격을 평균 7.6% 인상합니다. 이에 따라 웰치스 소다 편의점 가격은 1400원에서 1500원으로 오릅니다.
 
또 매일유업 관계사 엠즈씨드가 운영하는 폴 바셋은 겨울 시즌 음료를 출시하며 지난해 대비 최고 4% 가격을 인상했는데요. '설향딸기 아이스크림 라떼'는 지난해 7500원에서 올해 7800원으로 300원 올랐습니다.
 
소비 줄일 수 없는 품목들의 연쇄 인상…서민 고통 불가피
 
업계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과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잇따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특히 생수와 같은 생필품의 경우 소비를 줄일 수도 없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가격 인상은 곧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기 마련인데요.
 
주부인 박모씨(43·여)는 "집에 정수기가 없어 생수를 대규모로 구매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가격 인상이 되지 않은 브랜드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마저도 다른 브랜드들 역시 가격을 올릴 것 같은 불안감이 크다. 필수품이다 보니 생수 소비를 줄일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최모씨(49·남)는 "생필품, 기호품 등 뭐 하나 오르지 않는 품목이 없는 것 같다. 월급은 늘 물가상승률을 밑도는데 체감 상 식품 업계의 인상률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자신하고 있는데 현 세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현장만 상세히 살펴봐도 이 같은 주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식품을 비롯해 많은 제품들의 가격이 인상돼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업체들과의 협의를 통한 물가 인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늘고 제품 해외 수출도 점차 증가하는 상황인데, 업계가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전부 상품 가격에 전가시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정부 입장에서 물가 관리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기업이 가격 인상에 나설 때 정부 차원에서 인상 요인이 타당한지를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가격 제어) 협조를 구하는 조치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농심 '백산수'를 꺼내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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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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