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위한 'AI 기본법 제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연내 'AI 기본법' 제정이 가시화됐지만 AI 관련 업계는 소식을 반기면서도 이제 첫 발을 뗀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음성 학습 AI 기술만 하더라도 앞으로 논의해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 법안'을 의결했습니다. AI 기본법 제정안은 AI 기반 영상이나 사진에 이를 식별할 수 있는 워터마크를 넣도록 규정했습니다. 또한 인간 생명이나 신체 안전과 관련한 AI 기술은 고영향 AI로 분류해 정부가 사업자에 신뢰성과 안정성 확보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AI 기본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이제 막 걸음마 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AI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만큼 구체적으로 들여다 봐야하는 사안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논란이 된 음성 학습을 통한 AI 기술입니다.
AI 이미지.(사진=뉴시스)
올해 상반기 유튜브를 중심으로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AI 기술을 이용해 AI 커버곡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해외에서는 가수가 발매하지 않은 곡임에도 AI 기술을 이용한 곡을 발표해 팬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유니버셜뮤직은 AI 기술로 합성해 만든 음악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습니다.
일본도 음성권과 관련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본 성우들은 지난달 22일 'no more 무단 생성 AI'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서 프리저 역 성우로 알려진 나카오 류세를 비롯한 동료 성우 6명은 "배우가 얼굴과 연기로 무기를 삼는 것처럼 성우는 목소리로 캐릭터를 연기한다"며 AI를 통해 목소리를 무단으로 쓰는 건 성우의 노력을 손상시키는 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성우의 음성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난 8월 베이징인터넷법원은 AI 음성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 음성을 사용한 AI 텍스트 투 보이스 제품 개발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원고에게 25만위안(4675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다툼 여지가 있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국내 법상 사람 음성 자체가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상 음성권을 인정해 음성이 함부로 녹음, 재생, 방송, 복제, 배포되지 않을 권리 갖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성을 AI 커버곡 형태로 사용하는 것만으로 인격적 이익에 대한 부당 침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즉 성명, 초상, 목소리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 및 통제하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 쟁점과 맞닿아 있는 것인데, 현재 국내에서 퍼블리시티권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AI업계 관계자는 "AI 음성 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음성의 활용과 관련된 명확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음성 제공자들이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권리 보호가 되는 것이 우선돼 기술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를 위해 정책 입안자, 업계, 그리고 음성 제공자 간의 협력이 중요하며 이러한 노력이 AI 기술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