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삼정검 수치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미·중 양국의 무역 갈등이 전면전 양상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양국 간 갈등의 중심엔 관세 문제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더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중국이 반발하며 향후 대응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 갈등의 한복판에 내몰렸습니다. 이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29일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인 '트럼프 노믹스(경제정책) 2.0'에 의해 미국이 중국산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성장률이 저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대중 수출도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중국에서 한국이 아닌 제3시장에 초저가의 수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트럼프 1기 때 갈등 '최고조'…그때도 한국은 '샌드위치'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내년 120일 취임 후 중국에 대해 기존 관세의 10%를 추가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에 대해 대선 때 60%의 관세 부과를 공약한 것에 더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인데요.
이와 함께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대중국 고율 관세 부과 작업을 이끈 제이미슨 그리어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각각 지명하며 중국과의 일전을 예고했습니다. 그리어 지명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완에 그친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마무리 짓는 특명을 맡을 확률이 높습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위협은 과거 '트럼프 집권 1기'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년째인 2018년 초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보복적으로 크게 올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됐는데요. 특히 2020년 1월 합의까지 미·중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합의를 통해 미국은 3000억달러 상당의 대중국 수입상품에 대한 관세를 대체로 15%에서 7.5%로 내리게 됐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당시 문재인정부도 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돼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했는데요. 다만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유연성 외교 방침을 유지했습니다. 일각에선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미국과 중국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문재인정부는 이와 같은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다만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2기 첫해인 내년에 집권 1기 시절의 무역 전쟁 양상을 뛰어넘는 고율관세 부과를 공언한 상태입니다. 그런 만큼 트럼프 1기 때 무역 전쟁 이상으로 미·중 관계가 통상 영역을 중심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도체'부터 'IRA'까지 대변화…뒤늦게 '트럼프 인맥' 찾기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집권 기간 한·미·일 3국의 밀착에 더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이번에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집권하면서 외교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요. 동맹국 간 파트너십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과는 다르게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이익 우선주의 기조 아래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상당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약속한 반도체 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조금 정책을 놓고 윤석열정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큰데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각에선 전면 폐기보다 축소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불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몰려 있는데요. 이에 대한 윤석열정부의 전반적인 대응 태도에는 위기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외교적 유연성을 높여 대응해야 하지만, 여전히 자유진영 국가들과의 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인데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규탄을 이어나가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맹도 거래 관계로 보는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 문제 등에서 압박 수위를 높이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중국이 '국제주의', '개방된 시장'을 강조하고 있고, 이런 지향점이 양국 간 일치하는 만큼 전략적 협력 관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 중국 지도부는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에 관세 인하, 비자 면제, 중국 투자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해외시장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제언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권에서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 이창용 현 한국은행 총재가 언급되는 것도 향후 '트럼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적임자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시아개발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 경제인맥이 탄탄하다는 점에서 이 총재가 차기 총리에 적임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