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험으로 재테크 해볼까

강달러 현상에 방카슈랑스 가입 폭발
불완전판매 우려…외화 잔액 한계

입력 : 2024-12-02 오후 3:54:3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드는 가운데 달러보험(외화보험)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연금보험 상품인데요. 대부분 외국계 생명보험사가 주력해 판매 중입니다. 국내 생보사들은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외화 잔액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당국의 감시망이 엄격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외국계가 달러보험 독식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달러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곳은 KB라이프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등 3곳입니다.
 
KB라이프생명은 달러평생보험(무배당)으로 취급하고 있는데요. 달러로 사망 보험금과 보험금 일부를 노후 소득으로 수령하는 종신보험입니다. 달러평생보험은 2020년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합병 전 미국계 보험사였던 푸르덴셜생명에서 취급하던 보험으로, 현재까지 유지는 하고 있지만 판매 비중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달러연금보험(무배당), 달러종신보험(무해약환급금형)을 모두 취급하고 있습니다. AIA생명도 올해 달러연금보험(무배당)을 출시했고, 내년에는 달러종신보험 출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메트라이프생명과 AIA생명은 국내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각각 미국계, 홍콩계 보험사입니다. KB라이프생명을 제외하면 달러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보험사는 전무합니다.
 
달러보험에 대한 수요는 적지 않습니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된 달러보험은 지난 9월 기준 7617억원입니다.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5679억원을 훨씬 넘어선 결과입니다.
 
달러보험은 원화로 판매되지만, 보험료를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달러로 이뤄집니다.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종신보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고환율 시대에는 보험금을 달러로 받을 경우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낮추기 시작하면서 고환율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현 3.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3.00%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이후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이후 15년 만입니다. 앞서 코로나19가 한창 확산했던 2020년에도 기준금리가 0.5%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만해도 삼성생명(032830) 등 국내 대형 생보사들이 달러보험에 적극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당시 외화보험은 16만5746만명으로 직전 3년간 11.5배 급증했습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보험사에 '외화보험 상품개발기준안' 공문을 발송하고 계약자의 환손실 위험을 제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외화보험은 환율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보험료 납입 당시 환율이 상승하면 보험료 부담이 커집니다. 반대로 보험금 수령 때 환율이 하락하면 보험금의 원화가치가 하락해 받을 수 있는 돈이 줄어들어 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올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된 달러보험은 지난 9월 기준 761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액인 5679억원을 훨씬 넘어섰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사, 영업력 확보 한계
 
과거의 사례로 미루어볼 때 국내 생보사들이 강달러 현상 속에서도 다시 달러보험 판매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보험 계약자는 보험료와 보험금, 해약환급금 등에서 손실을 입을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달러를 취급하는 외국계 보험사의 경우는 자국 화폐 운용에 대한 전문성과 시스템이 국내 보험사와는 차이가 있다"며 "이 때문에 설계사가 고객에게 달러보험을 설명할 때 환율 변동성에 대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달러저축보험의 경우는 외국계 회사에서 달러로 월급을 받거나, 해외에 자녀가 유학을 하는 경우에 수요가 있지만 보통은 저축을 목적으로 달러보험을 드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또한 달러종신보험은 단기납종신보험에 비해 납입 기간 대비 해약환급률이 굉장히 낮고, 위험요인을 원화로 책정한다면 가입자 손실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달러 자산이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 적은 점도 쉽사리 달러보험에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달러 보유액과 운용 데이터가 많을수록 환전 시스템에서도 우위에 있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은 수입보험료로 자산운용을 하고 신사업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력인 종신보험 없이는 생존하기 힘들다"라며 "단기납종신보험도 막힌 상황에서 강달러 시대에 달러보험 판매 욕구가 있지만 달러 자산이 많은 외국계 보험사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생보사들이 강달러 현상 속에서도 외화 보유 부족, 환율 변동성에 따른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에 섣불리 달러보험시장에 뛰어들기 힘들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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