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삼성그룹 내부에서 조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계열사 간 교차 판매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교차 판매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설계사들이 각 계열사의 상품을 권역 구분 없이 판매하는 것을 말합니다. 실적 압박이 이어지다보니 노동환경 악화에 따른 불완전판매 위험도 높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습니다.
노조연대는 "그룹 총수의 사적이익형성에 조력한 삼성전자의 그룹 가신 출신 경영진은 책임을 물어 모두 사임시키고, 계열사 파견 및 보은 인사를 중단하라"며 "노동조합과 상생해 회사를 발전시키겠다는 마인드를 지닌 전문경영인을 자체 발탁하는 문화 구축을 통해 계열사 직원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노조의 공동요구안에는 금융계열사 간 상품판매를 중지하라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노조는 타 금융 계열사 상품판매 강요로 인해 노동자 근로조건이 악화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 2014년 '복합점포식 영업'이라는 개념을 내놨는데요.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카드(029780) 등 3곳의 금융계열사 간 판매망을 공유한 영업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험설계사는 1인 1사 소속이 원칙이기 때문에 해당 소속사 상품만 팔 수 있습니다. 다만 교차판매 자격만 취득하면 생명보험 설계사가 손해보험 상품을, 손보 설계사가 생보 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카드 모집인도 이 자격증만 있으면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반대로 보험설계사도 온라인 교육 수강만 마치면 카드 모집인 자격을 지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판매망을 공유해 영업 저변을 넓히자는 초기 의도와 달리 보험설계사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형태라는 것입니다. 삼성카드는 업계 추세에 발맞춰 꾸준히 모집인을 줄이고 있습니다. 카드 영업점과 모집인 인건비 등이 포함된 삼성카드의 모집비용은 지난 2022년 1290억원에서 지난해 1156억원으로 10.4% 줄었습니다.
카드모집인 인건비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보험설계사에게 이중 업무를 부과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입니다. 삼성카드 모집인이 체결한 신규 보험 건수는 거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상품 구조 상 카드 모집인이 보험판매에 나설 경우 불완전판매 위험이 높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본업이 아닌 계열사 상품 판매를 관리자 평가에 반영하고 시상 등 금전지급 등을 통해 판매를 강요받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오상훈 삼성노조연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만명에 달하는 삼성생명와 삼성화재 판매자들이 삼성카드 판매를 강요당하고 있다"며 "계열사 독립성이 훼손되고 직원들 의견은 무시되는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성그룹 내 총수 일가 측근으로 구성된 낙하산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삼성카드의 모회사인 삼성생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부터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전자(005930)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의 중요한 고리입니다. 실제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에는 삼성물산과 전자 출신 임원이 포진했습니다.
삼성카드 경영지원실장(사내이사), 전략기획담당 상무는 각각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경영기획실 임원 출신입니다. 삼성생명의 경우 이길호·안덕호 부사장과 커뮤니케이션팀 상무, 방카슈랑스 사업부 상무 등이 삼성전자 임원을 거친 인사들입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삼성화재·생명 보험설계사와 직원들의 희생을 담보로 삼성카드의 수익을 보장받고 있다"며 "삼성카드와 모회사인 삼성생명의 수익이 높아야 배당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결국 총수 일가 배불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7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그룹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사진=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