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에 공천 헌금 20억"…홍준표 측근까지 연루

민주, 명태균 녹취 공개…"수사로 규명해야"
2018년 지방선거 공천 의혹에 '추경호' 등장
명태균 "지도 처먹었는데 남은 먹으면 안 되냐"
박재기 중간고리 역할…홍준표 "그만 조작하라"

입력 : 2024-12-03 오후 3:53:37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지난달 9일 오전 2차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대가로 20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의혹의 시작은 명태균 씨의 녹취록이었습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홍준표 대구시장의 측근까지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는데요. 추 원내대표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고 홍 시장은 "아무리 털어도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18년에 추경호가 20개 먹었어"
 
3일 민주당은 '추경호 20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와 함께 명 씨의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녹취는 2022년 대선 직전인 3월 초 녹음된 것으로, 명 씨와 복수의 지인 간 대화 도중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과 통화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녹취에서 김 전 소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달성군수 국민의힘 예비후보였던 조성제 전 대구시의원 측 인사를 만난 직후 명 씨에게 구체적 액수를 보고합니다. 녹취에 조 전 시의원의 지인으로 등장하는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은 홍 시장의 측근인데요. 김 전 소장과 박 전 사장이 만난 배경에는 조 전 시의원의 공천 문제가 있었다고 민주당은 설명했습니다. 추 원내대표의 지역구가 대구 달성입니다. 홍 시장 측근인 박 전 사장은 지난 2021년 채용비리로 법정 구속된 바 있는데,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습니다. 
 
김 전 소장은 명 씨와의 통화에서 "(조성제가 말하기로) 지난번 선거(2018년) 때 추경호가 20개를 먹었기 때문에"라고 언급합니다. 그러자 명 씨는 "지(추경호)도 처먹었는데 남은 먹으면 안 되느냐"라면서 "(조성제한테) 40개 달라고 해? 20개 주고 20개로 막아?"라고 답합니다. 두 사람의 통화에서 등장하는 20개라는 표현은 2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김 전 소장이 다시 "40개를 달라는 게 아니고"라고 하자 명 씨는 "추경호가 '나 말고는 먹은 놈 없다'고 하겠네"라고 말합니다. 이에 김 전 소장은 "추경호가 그때 해줬으니까, 지난번에. 이번에는 가서 딱 담판 짓고 그냥 현금으로 아니고 수표로 10개 던져줘라"라고 합니다.
 
명 씨는 김 전 소장과 스피커폰 대화를 마친 뒤 지인들에게 "나는 연결 다 해줬어. 손도 안 대. 딱 현금 20억 갖다 놓고 (조성제가) '살려주세요' 하더라"며 "그래 연결해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명 씨는 "저번에 추경호가 공천 줬잖아. 무소속하고 민주당 합치는(불출마) 바람에 저렇게 되고"라고 하는데요. 조 전 시의원은 2018년 달성군수 자유한국당 후보로 공천을 받았지만 무소속 후보에 밀려 낙선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땐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서 최재훈 달성군수에게 밀려 낙천했습니다.
 
추경호 "엉터리 가짜뉴스"…홍준표 "잘못 공격하면 10배 반격"
 
명 씨 녹취에는 "조성제 붙여주는 데 홍 대표 뭐 걱정 없을 긴데"라며 "와, 선거 치르도록 내가 군량미 다 만들어줬는데"라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명 씨가 조 전 시의원을 통해 홍 시장의 선거 자금도 연결해주려던 것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추경호 입막음용 10억원'과 '선거자금 20억원'을 명 씨에게 제안했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명태균은 김태열 보고를 받고 조성제로부터 30억을 받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라며 "명태균은 이중 20억은 홍준표 전 대표의 대구시장 선거 자금으로 홍 측과 연결해 주고, 10억은 추경호에게 주는 것으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돈거래가 있었는지와 '2018년 20억원' 사실 여부는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 원내대표와 홍 시장은 "터무니없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20억 수수 의혹'에 대해 "엉터리 가짜뉴스"라며 "명 씨는 최근에 뉴스를 접해서 처음 이름을 알게 된 사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해당 녹취록에 등장하는 2018~2022년 사이 재산이 급증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당시 민주당 후보가 음해성으로 얘기한 부분"이라며 "고맙게도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폭등시켜 공시지가가 상향 조정된 부분이 있다. 어른으로부터 증여받은 부분을 국세청에 세금 납부한 것까지 증빙해 청문회에서 설명된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지목된 조 전 시의원에 대해서는 "당시 우리 시의원이었다.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사람인데 나머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이 부분과 관련해 확인 없이 보도하거나 확대 재생산 할 경우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와 언론중재위원회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 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를 잘못 공격하면 부메랑이 돼 열 배 이상 반격을 받을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짓 안 하지만 내가 그래도 한때는 대한민국 최고의 저격수였다는 걸 명심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내 측근이란 사람 이름만 민주당이 공개하고, 왜 홍준표 본인과 유착관계나 통화 녹음 공개는 없을까"라며 "그건 내가 명 씨의 소행을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예 그런 정치 브로커는 상대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반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측근이란 사람이 명 씨와 어떤 일을 했는지 내가 알 바도 아니고, 내가 통제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무슨 일을 했더라도 불법은 아닐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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