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 쿠데타 진압…"윤석열 하야·탄핵"

45년 만의 비상계엄…"긴박했던 서울의 밤"
불법적 비상계엄…정권 몰락 가능성도
야 6당, 탄핵안 제출…5일 보고·6∼7일 표결

입력 : 2024-12-04 오후 4:07:4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1979년 신군부 세력이 '반국가세력의 내란 획책'을 이유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5년이 지난 2024년 12월, 군부가 아닌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27분 비상계엄을 해제했습니다. 전날 오후 10시29분 전격적인 계엄령 선포 이후 6시간 만입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처리에 따라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포했고, 곧바로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해제안을 의결했습니다.
 
야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전 세계 주요 외신 등은 일제히 규탄의 목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의 하야를 처음으로 공식 요구하고 나서며 탄핵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야 6당(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지 반나절 만에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령 폭거는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45년 전 전두환의 군부 쿠데타에 버금가는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150분 계엄령'…6시간 버티다 '포기'
 
국회는 이날 오전 0시47분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본회의를 열고 재적 190명, 찬성 190명으로 계엄령 해제요구안을 처리했습니다. 표결에는 민주당 의원 172명, 친한(친한동훈)계 주축의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참여했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안 의결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30분께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헌법 제77조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오전 4시27분 긴급 담화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도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하면서도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농단, 예산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의 제동으로 1979년 10·26 사건 이후 45년 만의 계엄령은 6시간 만에 종료됐습니다. 혼돈과 혼란으로 가득했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어떤 요건도 지키지 못한 불법이었으며, 엄중한 내란 행위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야6당이 4일 공동발의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출처=민주당)
 
'셀프 내란죄'…국무위원 전원 '사의 표명'
 
국회에서는 윤 대통령이 간밤에 선포했던 비상계엄의 후폭풍이 몰아쳤습니다. 야권은 일제히 "실패한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탄핵'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의사를 밝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계엄을 해제한다고 해도 내란죄는 피할 수 없다"며 "즉시 하야하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번 비상계엄은 윤 대통령 친위 세력이 일으킨 쿠데타이자 실패한 쿠데타에 불과하다"며 "더 두고 볼 수가 없다.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야권은 같은 날 오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5일 본회의에 보고 후 6~7일께 표결한다는 방침입니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은 '내각 총사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으로 여파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엿보입니다. 여당은 3시간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 끝에 내각 총사퇴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으로 의견을 모았는데요. 다만 윤 대통령 탈당에는 의견이 갈렸습니다. 아울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등 주요 참모진은 이날 일괄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도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총리는 내각 총사퇴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국무위원들에게 소임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과 참가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도 '예의주시'…"한국 민주주의 시험대"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초래한 비상계엄 사태가 되레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를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제안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군경 요직을 차지한 이른바 '충암파'가 기획·실행했다는 의혹이 잇따르면서 탄핵 정국이 가속화했다는 관측입니다. 
 
전 세계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를 긴급 타진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합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약 40년 전에 완전히 민주화된 이후 처음으로 선포된 비상계엄 사태가 큰 혼란을 불러왔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큰 역풍을 불러오는 데 그친 도박에 불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매체 포린폴리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특별한 시도로 계엄령을 선포했다"며 "하지만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한 뒤 윤 대통령의 '셀프 쿠데타'는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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