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예고 없이 들이닥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2024년 12월3일 '서울의 밤'은 긴박하게 흘러갔습니다. 45년 만에 발동된 계엄은 단 6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경찰이 일사불란하게 국회 출입문을 막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으로 강제 진입하는 등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외곽문 폐쇄…이재명도 박찬대도 '월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9분경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의 예산안 감액 등을 정쟁과 폭거라고 비판하다가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돌연 비상계엄을 선언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윤 대통령의 긴급 회견 종료 직후인 10시40분 민주당이 국회를 긴급 소집했고, 국민의힘도 11시쯤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국회로 분주히 모여들던 시각 국회 외곽문은 폐쇄됐습니다.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는 국회 경비대는 10시57분 국회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시적으로는 출입증을 소지하거나 신원이 확인된 국회의원, 보좌진, 출입기자 등의 통행이 허용되기도 했으나 이내 모든 출입이 금지됐고 국회 진입을 위해 담을 넘는 의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월담으로 국회 경내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자정께 국회 직원들이 계엄군의 국회 본관 진입을 막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원식, '0시8분' 긴급 회견…계엄군, 경내 진격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 한 시간여 후인 11시28분 계엄사령부는 포고령 1호를 선포했습니다.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의 포고령에 따라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이 금지됐습니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도 금지됐고 언론과 출판도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공지됐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에 급히 국회로 복귀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자정을 넘긴 4일 0시8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요청한 우 의장은 0시35분 본회의장 의장석에 착석했고, 12분 후인 0시47분 비상계엄 선포 대응 본회의를 개의했습니다.
국회 사무처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쇄회로TV(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 (사진=국회 사무처)
우 의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속속 도착하는 사이 무장한 계엄군들도 국회 진입을 시도했습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3일 밤 11시48분부터 4일 0시18분까지 헬기 24차례를 통해 무장한 계엄군 230여명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습니다. 0시40분경에는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외곽 담장을 넘어 국회 내로 들어왔습니다.
보좌진 바리케이드 치자…계엄군, '최루탄' 맞대응
무장한 계엄군은 국회의사당 정현과과 후면 안내실을 통해 의사당 진입을 시도했는데요. 국회의사당 내에서 대기 중인 보좌진들이 사무용 집기들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계엄군의 진입을 최대한 막았습니다. 그러자 계엄군은 0시39분 국민의힘 당대표실 유리창을 파괴한 후 국회 본청으로 진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민의힘 당직자와 보좌진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투항했고, 계엄군은 최루탄을 살포하는 것으로 맞대응해 본청 안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전 1시 우 의장은 '비상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고 즉각 표결에 부쳤습니다. 표결 결과는 재석 190인 전원 찬성 가결. 헌법 제77조 5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에 따라 오전 1시2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153분 만에 사실상 종료됐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는데요. 우 의장은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고 한 시간이 흐른 시점인 오전 2시경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해제 통지를 발송했습니다. 본회의장 내에서도 방송을 통해 계엄 해제 선언을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국회 경내에 남아있는 계엄군들에게도 '계엄은 무효다'라며 철수를 강력해 요구해 오전 2시3분 계엄군은 국회 내에서 전원 철수했습니다.
오전 4시 우 의장이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해제와 공고를 재차 요구한 끝에 윤 대통령은 4시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해제안을 의결했습니다. 1시간 10분 뒤인 5시40분 윤 대통령은 계엄해제를 공고했고, 이로써 무장병력을 동원한 '친위 쿠데타'는 날이 밝기도 전에 진압됐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