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위헌'과 '불법'으로 점철된 계엄령이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비상계엄의 '선포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선포안 의결, 계엄 선포, 해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위법투성입니다. '입법부 활동'까지 제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명백한 헌법 위반입니다.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계엄군이 국민의힘 당대표실 쪽에서 본회의장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 요건'도 못 갖춘 '윤의 계엄령'
4일 법제처에 따르면, 헌법상 계엄 선포 요건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77조 1항)입니다. 이 같은 극한 상황으로 인해, 민간 당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군 당국이 개입해 통치권을 행사하게 되는 게 계엄령의 본질인데요. 계엄령이 발동되면, 군대에 추가적인 권한이 부여되면서 시민 기본권이 제한받게 됩니다.
즉 계엄령은 헌법상 최후의 수단으로, 매우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로 인한 국정 차질을 들었습니다. 국회의 입법 독주가 헌법이 규정한 '국가비상사태'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절차적으로도 문제입니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의 선포는 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하는데요(제2조 6항). 이번 건의 주체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아닌,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었습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대다수는 국무회의 전까지, 회의에서 계엄 선포안이 심의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통고도 즉각 해제도 없었다…헌법·계엄법 위반
'실제 국무회의가 열렸는지'도 논란입니다. 계엄을 선포할 때는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할 수 있습니다(국무회의 규정 6조). 하지만 정부 각 부처는 국무위원 참석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국무회의록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까지 회의록을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전, 어떤 의견 수렴을 거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건데요. 이에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일부 측근만 모여, 계엄을 결정하고 이를 국무회의로 포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이번 계엄령에서 명백한 위헌 행위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지체없이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헌법 77조 4항 위반)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국무회의가 열렸다면, 이런 절차가 누락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이후에도, 즉각적인 계엄 해제 선언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역시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계엄법(11조 1항) 위반입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이 없어 계엄 해제를 곧바로 할 수 없다"고 했는데, 그의 말대로라면, 계엄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에 국무위원들이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충동적인 계엄 선포였다는 말마저 나오는데요. "계엄을 선포할 때는 그 이유·종류·시행일시·시행지역·계엄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계엄법 3조)는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건, 윤 대통령 담화 약 1시간 후인 오후 11시 25분쯤이었습니다.
근거 없는 '국회 정치활동 금지'
계엄사령부가 전날 오후 11시에 발표한 포고령에도 심각한 위헌 요소가 있습니다. "국회, 지방의회, 정당 활동,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포고령 1호)는 용이 대표적입니다.
헌법은 계엄 상황에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77조)고 규정하지만, 입법부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오히려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 체포·구금되지 아니한다"는 조항(계엄법 13조) 등 입법부 활동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위법적인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은 실제 행동으로 옮겨졌습니다. 특전사 공수부대원 등 무장한 군 병력은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한 뒤, 여야 당대표실이 있는 2층, 본회의장, 국회의장실이 있는 3층으로 향했습니다.
이에 계엄군이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걸 막기 위해 핵심 인물을 구금·체포하려 했다는 겁니다.
이보다 앞서 경찰 소속인 국회경비단은 국회 문을 봉쇄하며, 국회의원의 회의장 진입을 막았습니다. 정족수 미달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입니다. 결국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의원은 국회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습니다.
한편, 전날 계엄군은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까지 진입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국회 등 주요 헌법기관에 대한 장악 시도로 풀이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