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본격적인 탄핵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범국가 사업과 국정과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컨트롤 타워로 이달 중순쯤 출범이 예정됐던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도 차질이 예상되는데요.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정부와 민간이 바이오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바이오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바이오 5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취지로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입니다.
지난달 5일에는 국가바이오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공포됐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에는 이상엽 카이스트 부총장이 내정됐습니다. 정부위원은 기획재정부과 과기정통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부, 복지부, 국무조정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특허청, 질병관리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장관 10명과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국가안보실 제3차장으로 구성됩니다. 민간위원은 바이오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대통령이 위촉하고 임기는 2년입니다. 계획대로라면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이달 중순에 출범해 첫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바이오 사업에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를 모았지만 대통령 탄핵이 급물살 타며 정상적으로 출범해 운영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지난해 제약바이오 컨트롤 타워로 출범했던 총리 직속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 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조직 구성이 비슷하고 역할도 중첩되는 두 개의 컨트롤 타워가 당초 설립 취지대로 운영될지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경제·산업계 전반과 나아가 바이오 안보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정책을 논의·결정하는 범부처 최고위 거버넌스입니다. 특히 바이오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기초연구 단계부터 임상, 상용화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한데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산업계 전반과 국가 바이오, 보건 안보 분야를 망라해 총체적인 바이오 경제 정책을 수립한다는 차원에서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이 의미가 있지만, 두 개의 컨트롤 타워의 중복된 역할 조정, 업무 차별화 등의 과제를 조율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시적인 로드맵을 세우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선정해 혁신적인 규제 배제와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산업계의 목소리와 실무자들의 요구사항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민간 위원을 구성해야 하고 바이오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현시점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과 데이터를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이 투자를 받지 못해 기업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도 해결할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회의 모습(사진=뉴시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