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그 직후부터 윤 대통령의 호칭을 '윤석열씨'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탄핵안이 가결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으니 더는 대통령이라고 칭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경우도 탄핵안 가결 전에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라고 불렀습니다. 이제는 김건희씨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씨'라는 호칭이 상대를 높이는 말이냐, 낮추는 말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습니다. 하지만 <뉴스토마토>가 윤석열씨라는 말을 사용하는 건 그런 것과 무관합니다. "직함이 없으면 '씨'를 사용한다"는 표기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줄곧 정권과 불편한 관계의 언론사였습니다. 지난해엔 무속인 천공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 급기야 대통령실 기자단에서도 퇴출됐습니다. 올해는 석 달에 걸쳐 명태균 게이트를 폭로함으로써 윤석열씨 탄핵에 불씨를 댕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기사에서는 줄곧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이라고 표기했었습니다. 기사 제목에서도 이런 원칙과 기준을 준수했었습니다. 물론 김건희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등으로 썼습니다. 이분들이 비록 지금은 대통령이 아니지만 과거엔 그 직책에 있었기 때문에 '전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쓸 수 있는 겁니다. 국내 대부분 언론사에서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뉴스토마토>가 '전 대통령'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 있습니다. 전두환씨입니다. 전씨는 군사반란을 일으켜 불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했습니다. 무력을 동원해 국민을 학살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전씨에 대해선 대통령으로 예우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는 양심과 상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뉴스토마토>는 전씨에 대해서 기사를 쓸 땐 어김없이 '반란수괴 전두환씨'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윤씨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나는 진상들을 보자면, 윤씨는 계엄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 원칙을 짓밟으며 자유민주질서와 헌법정신을 훼손하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친위 쿠데타고, 내란입니다. 윤씨가 탄핵을 당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 역시 계엄 선포입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방부 등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 사건의 실체는 더 자명하게 드러날 겁니다. 탄핵안은 이제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헌재에선 180일 안에 윤씨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헌재에서 윤씨의 파면을 결정한다면, 그는 그 즉시 '전 대통령'이 됩니다. 헌재가 윤씨를 파면하지 않는다면, 그는 대통령 직무에 복귀하게 됩니다. 파면이 되거나, 직무에 복귀해서 임기를 끝까지 마치거나 어쨌든 윤씨도 언젠가 '전 대통령'이 됩니다. 하지만 윤씨를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고 표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윤씨는 내란을 획책한 주동자이기 때문입니다. 반란수괴 전두환씨를 절대로 대통령으로 예우할 수 없듯 '내란수괴 윤석열씨' 역시 대통령으로 존칭할 수 없는 겁니다. 대통령이냐 '씨'냐 하는 문제를 단순한 표기 문제 정도로 여기는 분들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동체 파괴를 도모하는 자에 대해선 공동체가 존중할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공동체를 위한 양심과 상식의 문제입니다.
최병호 공동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