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총회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돌연 취소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기자회견 여부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한 대표의 거취를 두고 그만큼 내부 고심이 큰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사퇴하며 한 대표 체제가 5개월 만에 붕괴됐습니다. 한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데요. 사퇴하더라도 당내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5개월 만에 막 내린 '한동훈 체제'
앞서 윤석열 씨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04표로 가결되자 국민의힘은 '자중지란'에 빠졌습니다. 전날 탄핵안 표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한(친한동훈)계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윤(친윤석열)계인 인요한·김민전 최고위원까지 모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원외 인사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후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막지 못하면 직을 걸겠다고 했는데 오늘 탄핵안이 가결됐다"며 "선배 의원들의 말대로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할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는데요. 친한계인 장동혁·진종오 최고위원까지 사의를 표명한 게 '결정타'로 작용한 셈입니다. 결국 한 대표 체제는 출범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문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입니다. 한 대표는 본회의 표결에 앞서 '탄핵 찬성'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회의 표결에서 국민의힘의 찬성표는 12표에 불과했습니다. 한 대표의 '리더십'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방증입니다.
지도부가 해체됨에 따라 한 대표만 지도부에 남은 상황인데, 대표직 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친한계인 박상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출직 최고위원들의 사퇴가 당대표의 사퇴나 궐위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당대표 사퇴나 궐위와 최고위원 4인 사퇴를 병렬적이고 대등하게 규정해 놓은 것으로 봐서 최고위원 4인 사퇴가 당대표 사퇴나 궐위를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이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다"며 원내대표 체제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예고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거취 표명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
여당 내 의원들은 이날 한 대표에게 당내 이탈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그야말로 총공세였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미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것"이라며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권영진 의원도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 이상 우리 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한 대표를 향해 "찌질하게(지질하게) 굴지 말고 즉각 사퇴하라"고 했습니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이날 입장이 다소 변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한 대표가 당대표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권을 행사한 후 사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요. 이유는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 지명 없이 사퇴할 경우, 당 지도부는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한 대표가 당대표 자리에서 좀 더 버티다 본인이 비대위원장을 지명하고 사퇴할 가능성이 거론됐는데요. 결국은 한 대표가 당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본인이 좀 더 이른 시기에 대표직을 내려놓는 결정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모두 사퇴한 상황에서 당대표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도 거취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가운데 한 대표가 사의를 표하면 국민의힘은 조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무엇보다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권 원내대표는 16일 비상의원총회도 소집했습니다. 다만 비대위 체제 전환 이후에도 당내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탄핵이 가결된 것을 두고 찬성표를 행사한 의원들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비판 목소리가 점차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한 대표 사퇴 이후에도 상당한 후유증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한동인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