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후중기자] 부산 광안리 옆 광안대교가 머리 위를 지나고 작은 어항이 있어 횟감을 맛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용호만.
그러나 용호만의 그 멋진 풍광과 달리 용호만 인근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매년 여름이면 주변의 개천과 바다에서 나는 악취에 시달려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토해양부는 지난해부터 해양환경관리공단에 위탁해 3개년계획으로 해양오염퇴적물 정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2차에 걸친 사업년도가 끝나고 내년도 마지막 3차년도 사업만을 남겨둔 현재까지도 바다에서 나는 악취와 시커먼 바다색은 여전하다.
지난달 28일 부산시 남구 용호동 용호만 준설현장. 준설바지선에서 포크레인이 용호만 바닥을 직접 긁어올리고 있다.
용호만의 바다 속은 수십년간 쌓인 쓰레기와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 쓸려들어간 어구들이 함께 수중의 침전물인 `오니`와 뒤엉킨 상태다.
이 때문에 일반 준설용 흡입기를 사용해 오니를 직접 흡입할 수 없게 되자 아예 쓰레기와 오니를 포크레인으로 퍼올려 분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포크레인으로 퍼올린 오물을 바다물에 헹궈내고 남은 오물(?)만을 바지선에 쏟아냈고, 포크레인으로 퍼올려진 `오니`는 다시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
오히려 바닥에 쌓여 있는 오니만 뒤집어 엎어 인근 해역으로까지 퍼져나가고 있었고, 오탁방지막도 제 구실을 못하는 등 해양오염퇴적물 정화사업이 해양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단의 현장관리자는 "이 구역은 폭이 좁아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오니는 끌어올리지 못하게 했고, 쓰레기만 먼저 건져 올린뒤 오니는 흡입준설을 통해 깨끗이 정화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서 끌어올린 오니와 쓰레기는 분리돼, 쓰레기는 처리장으로 오니는 향후 매립후 재활용될 부지인 신선대 투기장으로 향하게 된다.
해양오염의 확산과 함께 매립지의 토양으로 사용될 `오니`의 중금속 오염 여부도 걱정거리다. 오염된 매립토 위에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고 그 속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쓰레기와 함께 마구잡이로 끌어올린 오니 중 일부에 자석을 대면 자석에 달라붙는 성분이 상당해 굳이 성분검사를 의뢰하지 않더라도 많은 중금속 성분이 오니에 포함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장관리자는 "이 구역은 중금속 오염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준설된 오니를 투기할 계획"이라며 "성분검사 의뢰를 해서 중금속이 일정 수준이상 나오면 중금속 제거처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인근의 한 주민은 "이 지역은 지금도 작은 조선소가 있지만 예전에는 인근이 모두 조선소였기 때문에 바다 속에는 당연히 철가루나 중금속 오염물이 가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준설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해양환경공단 부산지사는 이런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이종호 해양환경공단 부산지사장은 "서울의 공단 본부가 직접 관여하는 사업이라 우리는 관리 보조만 할 뿐"이라면서도 "현장에서 그런 식으로 정화공사가 진행될리 없다"고 부인했다.
현재 진행중인 용호만에서 포크레인을 이용한 일부 준설에 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등 해양오염퇴적물 정화사업에는 모두 10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한 준설업체 관계자는 "백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이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은 충격"이라며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 이 같은 사업행태에 대한 감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안후중 기자 hu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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