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세웅 기자] 검찰이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서울 영등포경찰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검찰의 '몽니'이거나 '생존'이라는 몸부림으로 풀이됩니다. 몽니로 해석하는 쪽은 내란 수사에 명분이 없는 검찰이 그동안 몸에 밴 수사 습성상 수사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고 타 기관을 상대로 훼방을 놓는다는 겁니다. 생존으로 분석하는 쪽은 윤석열씨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초래된 계엄수사 정국에서 수사 주도권을 쥠으로써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검찰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들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조사 및 긴급체포 상황을 살피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9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경찰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실과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강상문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의 휴대전화도 압수했습니다. 검찰은 경찰이 계엄 체포조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경찰을 수사한 겁니다.
일단 검찰이 국수본을 압수수색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국수본, 국방부 조사본부가 함께하는 공조수사본부 수사는 일정 부분 마비될 전망입니다. 파장은 커질 수 있습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구속한 사람들의 증거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를 계속하다 보면 수사가 필요한 사람들이 더욱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국군방첩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에 강력계 형사들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국수본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 32분쯤 방첩사 측이 국수본 실무자에게 연락해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란하다'며 안내할 경찰관의 명단을 요청해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국수본 압수수색을 검찰의 '몽니'로 해석했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수사를 시작할 때 경찰청장을 구속하며 수사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며 "경찰도 자신들 조직의 명운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 무언가를 감추고 숨길 필요가 없는 상황인데, 검찰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발버둥'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범죄 수사권을 쥐고 있지만, 그 구성원들이 범죄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자기들이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는 "검찰도 내란에 가담한 정황이 있는데, 경찰이 내란에 가담한 사실이 먼저 드러나면 경찰이 힘이 빠지고, 결국 검찰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검찰은 살아남을 방법을 찾으려 하는 것이고, 경찰은 검찰을 건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검찰 역시 계엄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민주당이 제기했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계엄선포 직후 검찰과 국정원이 올 것이고, 중요 임무는 검찰과 국정원이 할 것이니 그들을 지원하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는 첩보를 확보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다만 검찰과 경찰의 수사 관계상 수사 진행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검찰이 경찰에 협조를 얻는 과정이 있었고, 이를 거절당한 뒤 압수수색에 돌입했다면 적법한 수사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원장인 이창민 변호사는 "임의 제출을 요청하고 거부하면 압수수색을 하는 게 원칙이라, 임의 제출 단계를 건너뛰었으면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적법한 수사"라고 신중론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그 역시 검찰이 국수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당한 뒤, 분풀이 실력 행사를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검찰 특수본과 경찰 국수본에 임의 제출 단계를 밟았는지를 확인하려고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남겼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임세웅 기자 sw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