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세웅·유근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의지와 능력도 없으면서 밥그릇만 챙기려고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공수처는 윤석열씨 체포영장을 받아놓고도 시간만 허비하다가 체포를 무산시켰습니다. 이에 공수처는 6일 윤씨 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키로 했지만, 정작 그러면서도 수사권은 계속 공수처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경찰은 공수처의 영장 집행 일임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영장을 대신 집행해 달라는 공수처의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결국 공수처는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영장 집행 일임을 취소했습니다.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공명심과 오락가락 행보에 공수처는 존재 의의도 상실해 간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해 고려할 때 경찰 국수본에 윤씨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해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공수처 힘으로는 윤씨를 체포하지 못하니까 경찰에 맡기겠다는 말입니다.
이 차장은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은 검사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게 되어있고, 지휘는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에게 일임·촉탁할 수 있다"라면서 "공수처의 법적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는 공조수사본부 취지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은 공수처에 있다"고 했습니다. 영장 집행만 경찰에 맡기고, 윤씨를 수사하는 주도권은 계속 공수처가 쥐고 가겠다는 뜻입니다. 아울러 공수처는 이날 밤 12시까지 유효한 체포영장은 법원에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하겠다고 했습니다. 구속영장 청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수처의 이런 태도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윤씨 체포를 무산시킨 건 공수처인데, 자성도 없이 수사권을 갖겠다며 밥그릇만 챙기고 있어서입니다. 실제로 공수처는 지난해 12월31일 윤씨 체포영장을 받아 놓고도 "엄정한 법 집행은 하되 예의는 지킬 것"이라며 지난 3일에야 집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3일 집행 땐 윤씨 체포에 실패했습니다. 영장을 집행하러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진입했으나, 대통령 경호처와 군부대 인력 200명에 가로막힌 겁니다. 공수처는 주말인 4일과 5일에도 영장 재집행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 차장은 이에 관해 "3일 영장 집행 때 (경호처와 군부대) 200명이 스크럼을 짜고 있었는데 어떻게 저희가 그걸 뚫을 수 있겠느냐"라며 "공수처 인력은 다 해봤자 50명이다. 인력의 한계는 분명히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번 영장 집행 때 그 정도로 강한 저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당연히 (경호처의) 협조를 기대했었다"라고 했습니다.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안일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된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않다가 윤씨 체포에 실패했다고 시인한 겁니다. 결국 공수처엔 수사 의지도, 능력도 없었던 셈입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이 2025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수처는 경찰에 윤씨 체포영장 집행을 일임하고, 집행을 지휘하겠다는 수를 냈지만 경찰의 반발을 산 끝에 계획을 철회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앞서 공수처는 전날인 5일 '체포영장 및 수색영장 집행지휘' 공문 경찰 국수본에 보냈고, 경찰 국수본은 이튿날 아침 7시에 이를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백동흠 경찰 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부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부적인 법률검토를 거쳐 공수처의 집행지휘 공문은 법률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습니다. 경찰 국수본은 "공수처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했지만, 경찰을 공수처의 심부름꾼으로 부리는 일에 거절 의사를 표명한 겁니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50분쯤 "본건과 같이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작은 논란의 소지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 경찰 국수본과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 "공조본 체제 아래 잘 협의해 영장 집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경찰 국수본에 영장을 일임하겠다는 계획을 거둔 겁니다.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끝나는 당일 경찰에 영장 집행을 떠넘겼다가 번복한 점에서 공수처엔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또 나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내란수괴 혐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미집행한 공수처를 규탄한다"고 했습니다. 민변은 "헌법에 반하고, 실정법에도 위반되며, 국민들의 상식과 법 감정으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상황을 더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는 윤석열씨에 대한 신속한 신병확보와 내란범죄의 실체적 진실 확인, 형사처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윤씨에 대한 체포영장 미집행 사태를 야기한 공수처를 규탄한다"라면서 "공수처는 이제라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조직의 명운을 걸고 내란범의 신병확보에 매진하라.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임세웅 기자 swim@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