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음에도 정작 배당 여력은 줄어들었단 분석이 나옵니다. 신계약 실적은 늘었으나 불황형 대출인 보험계약대출 금액이 증가하며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진 영향입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해약환금급준비금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일정액 이상을 적립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재작년 1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과 동시에 도입됐습니다. 보험부채가 시가평가로 바뀌면서 부채, 즉 보험 계약 해지 시 고객에게 돌려줘야할 해약환급금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충분히 돈을 쌓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 금액이 늘어날수록 주주 배당 여력은 줄어드는데요. 배당 가능 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미실현이익, 해약환급금을 제외한 금액이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늘어나면 배당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올해 해약준비금환급금은 보험계약대출 증가로 인해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보험계약대출금액은 해약준비금환급금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32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보험계약대출은 2022년 68조4555억원, 2023년 71조5041억원인데요. 작년 수치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보험계약대출은 작년 10월 기준으로만 보면 재작년에 비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이기 시작한 작년 3분기부터 다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서입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이 곡소리를 내자 금융당국은 작년 10월 기준을 다소 완화했습니다.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K-ICS)비율 200%(경과조치 전 기준) 이상인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적립금 부담을 기존의 80% 수준만 적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킥스 기준은 매년 10%포인트씩 완화돼 2029년에는 금융당국의 권고치 수준인 150% 이상을 유지한 보험사까지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됩니다.
사실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법인세가 절감되는 손금으로 처리되자 법인세가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러한 제도를 마련한 것인데요. 보험사들의 법인세는 2022년 3조4000억원이었다가 IFRS17이 도입된 2023년 8000억원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2024년에는 전년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을 앞둔 2022년부터 후순위채권 등으로 건전성 방어를 해왔습니다. 작년에는 경기 불황과 계엄 사태 등이 겹친 작년에는 8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채권 발행을 단행했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은 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 비율에 따라 달라지고, 이 건전성을 지키려면 채권발행으로 인한 이자 부담도 큽니다. 배당 이익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고, 이 부담을 덜어야 하는 보험사들은 자산 건전성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현재 대형사들조차도 킥스 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금융사의 재무적 탄력성이 축소돼 자금공급, 배당 등에 영향 주지 않도록 시장과 소통해달라는 주문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금리 인하기와 맞물려 킥스 방어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의 올해 보험산업 전망을 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생보사의 킥스 비율은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더 하락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건전성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을 확 줄이고 배당을 늘릴 수 있는 보험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확실한 배당 계획은 지난해 실적이 확정돼야 알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보험사들이 해약준비금환급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정작 배당 여력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 쌓인 화폐.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