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경호처'…'내란 주범' 김용현 그림자

독재 잔재 그대로 '개인 사병화'…군·경 지휘권 확보 시도

입력 : 2025-01-07 오후 4:45:14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정부 초기 '김용현 체제'에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쥔 대통령 경호처의 막강함이 '탄핵 정국'에서 확인됐습니다.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만을 존재 가치로 삼은 경호처가 사법부의 영장을 힘으로 막아선 건데요. '내란 주범'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개정한 시행령의 여파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관저 앞에서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 등이 정문 진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호처 '비대화'…배경은 김용현표 '시행령'
 
7일 대통령 경호처가 윤 씨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경호처의 '존폐' 여부가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경호처가 대통령의 '개인 사병화' 된 것이 확인된 만큼 대통령 경호 업무를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는 겁니다. 
 
경호처 역할에 대한 논란은 우리 역사에 끊이지 않았습니다. 경호처는 군사정권 시기 대통령에 이은 2인자 역할을 하며 '독재의 잔재'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정권마다 '부침'을 겪어야 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경호실을 경호처로 격하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경호처가 현재의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배경에는 '12·3 비상계엄'의 주범인 김 전 장관의 시행령 개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윤씨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은 초대 경호처장으로 임명되며 오른팔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는 임기 내내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경호를 통해 '심기 경호'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윤씨 역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김 전 장관의 경호처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려 했습니다. 지난 2022년 경호처가 군과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시행령 개정 시도가 있었습니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경호처 직원 700여명에 더해 군 1000여명과 경찰 1300여명까지 총 3000명가량의 경·병력을 경호처장이 휘두를 수 있게 한 셈입니다. 이는 유신 시절인 1976년의 경호처와 같습니다. 
 
해당 시행령은 '차지철 경호실장의 부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이듬해인 2023년 5월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라는 문구가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해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시설·장비 등에 관한 사항을 조정할 수 있다'로 대체됐습니다.
 
경호처 비대화에 대한 시도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12·3 비상계엄'을 약 한 달여 앞두고 정부는 경호처장에게 신원조사 권한을 추가하는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신원조사는 기본적 인적사항 외에도 세간의 평가와 정당이나 시민단체 가입 여부 등 내밀한 사생활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신원조사는 국가정보원·경찰·국방부만 가능한데 경호처에 이 같은 권한을 부여하려 한 겁니다. 윤석열정부는 해당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달 1일부터 권한을 부여하려 했지만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개정을 포기했습니다.
 
경호처에 대한 예산도 막강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2025년 경호처 예산은 2022년도 970억원보다 43.4% 증가한 1391억원을 기록하며 '비대화'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헌법 위의 목표 "대통령 절대 안전"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경호처는 총 3단계의 저지선을 세웠습니다. 만약 시행령대로 경호처에 지휘·감독권을 부여했다면,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서울경찰청 202경비단의 소극적 대응은 불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호처 인력 등만 동원한 3차 저지선이 최종 방어선이었던 셈입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약칭 대통령경호법) 제1조는 '이 법은 대통령 등에 대한 경호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경호의 조직·직무범위와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런데 경호처는 '효율적 경호' 수행을 넘어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마치 경호법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박종준 경호처장은 지난 5일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절대 안전 확보를 존재 가치로 삼는 대통령경호처가 사법 절차에 대한 편법·위법 논란 위에서 진행되는 체포영장 집행에 응한다는 것은 대통령 경호를 포기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경찰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 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와 내란 혐의로 입건한 상태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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