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정부가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매대가 인하를 추진합니다. 데이터를 대량 구매할 경우 할인율을 높이고, 속도제한상품(QoS)도 확대합니다. 특히 풀MVNO 사업자에 대해서는 통신3사 모두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과 함께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금융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규모있는 알뜰폰 사업자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입니다.
2년 동안 장고 끝에 나온 알뜰폰 정책이지만, 업계는 당장의 실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알뜰폰사의 주력상품인 정액형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가 논의되지 않은 데다 데이터 대량구매 할인을 받을 만한 사업자도 없다는 것이 이유인데, 정부와 업계가 동상이몽에 빠진 형국입니다.
정부, 도매대가 낮추고 풀MVNO 힘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통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집중 육성을 꼽기도 했는데요. 도매대가 인하, 풀MVNO 육성, 알뜰폰의 정보보호 강화 등으로 요약됩니다.
우선, 지난 2022년 협의를 끝으로 2년간 동결됐던 도매대가가 36% 낮아집니다.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의 데이터 종량제 도매대가가 MB 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인하되는데요. 최대 인하율은 52%입니다. 다음달 중 도매대가 산정 기준 고시를 개정해 인하된 가격을 바로 적용할 방침입니다. 알뜰폰사가 데이터를 대량으로 구매할 경우 제공하는 할인혜택 폭도 높였습니다. SK텔레콤의 데이터를 연간 5만TB 이상 선구매하면 도매대가의 25%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2.4만TB 이상 기준 20% 할인을 제공합니다. 기본 데이터 제공량을 소진한 이후 속도제한이 400Kbps에 불과했지만, 1Mbps를 추가합니다. 1Mbps는 카카오톡 대화, 웹 검색 정도를 불편없이 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자체 설비를 보유해 통신3사처럼 요금제를 자유롭게 출시할 수 있는 풀MVNO 사업자 지원책도 마련합니다. 과기정통부는 풀MVNO를 추진하는 사업자와 통신사 간 네트워크 연동을 의무화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설비투자를 위한 정책금융도 지원할 계획입니다. 풀MVNO에 대해서는 통신3사를 모두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경쟁력 있는 요금제 출시를 통해 알뜰폰사업자가 대형화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의 정보보호 강화 방안과 도매대가 사후규제 전환에 따른 대응책도 마련합니다.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하고,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ISO)도 신고하도록 해 부정개통 등을 막겠다는 방침입니다.
알뜰폰 시장의 공정경쟁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지위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도 마련합니다. 3월 말부터 도매대가 규제체계가 사후규제로 전환되면서 사업자 간 자율협상이 이뤄지게 됩니다. 이 때 부당한 도매제공 협정이 신고되면 이를 반려하거나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판단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알뜰폰과 통신3사간 협상력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국회와 논의 일정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사전규제 필요성은 계속 말하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알뜰폰업계 "대부분 정액형 요금인데…도매대가, 종량제 위주로 인하"
장고 끝에 나온 정책이지만, 알뜰폰 업계는 실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사후규제 전환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진행된 도매대가 협상에 대해 아쉬움이 큰 모습이네요. 과기정통부는 도매대가를 최대 52% 인하하는 만큼 1만원대 20GB 5G 요금제 출시를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알뜰폰 업계는 도매대가 인하가 종량제 방식에 한정된 탓에 당장에 경쟁력 있는 요금을 내놓기는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종량제 방식은 가입자가 사용한 음성·데이터를 기준으로 요금을 사후지불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알뜰폰 요금제의 90% 가까이는 통신3사의 상품을 가져와 저렴하게 판매하는 정액형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5G 재판매 요금제의 수익배분율 인하는 9종 요금제에 대해 1~1.5%포인트에 그쳤습니다.
데이터 대량구매 할인도 당장 적용받는 사업자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인데요. 상위 사업자의 연간 데이터 사용량이 1TB 수준이라 도매대가 추가 인하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자가 당장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 경쟁력을 키워 대형 사업자 중심으로 경쟁을 일으키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2년 넘게 도매대가 인하로 숨통 틔우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