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씨 15일 관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통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2·3 내란 사태를 주도했던 윤석열씨가 15일 체포됐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입니다. 윤씨는 탄핵된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기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지층을 향한 여론전으로 국면전환을 꾀했습니다. 자신이 강조해 왔던 '예외 없는 법 집행'이란 원칙을 윤씨 스스로 깨트린 겁니다. 법치를 흔든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체포·구금된 현직 대통령'이 됐습니다.
출석요구 불응 '시간끌기'
윤씨는 지난달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4일 새벽 국회 의결로 해제됐습니다. 윤씨는 계엄 해제 직후인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진 사퇴 요구를 일축하고 끝까지 법적 다툼을 이어가겠다고 선포한 겁니다.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위헌적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수사 상황은 윤씨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하고, '계엄 지시자'인 윤씨를 형법상 내란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법무부도 윤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특히 검찰이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사실상 윤씨를 내란의 수괴(우두머리)로 지목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지난달 14일 탄핵소추안 가결과 동시에 윤씨의 직무는 정지됐고 한남동 칩거가 시작됐습니다. 윤씨는 탄핵 이후 공수처의 3차례 출석 요구에 모두 불응했습니다. 검찰의 2차례 출석 요구까지 더하면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5차례나 뭉개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당당히 맞설 것"이란 말과 다르게 윤씨는 막상 칼끝이 자신을 향해 오자 수사기관과 법원을 통해 진행되는 사법절차를 통째로 부정한 채 수사에 불응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내란 선동'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30일 서울서부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윤씨는 이번에 지지자를 동원해 국면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윤씨는 자신의 지지자를 향해 단체 행동을 독려하며 여론전에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1일 자신의 탄핵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에게 A4용지 한 장 분량의 메시지를 보내 "유튜브를 통해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더 힘을 내자"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공수처는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대통령경호처가 경호관을 동원해 스크럼을 짜는 등 체포영장 저지에 가로막혀 실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윤씨 측은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영장은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여론전에 주력했습니다.
윤씨의 참모진도 여론전에 가세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며 윤씨에 대한 체포 대신 제3의 장소에서 조사 또는 관저 방문조사를 제안했습니다.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여론전에 나선 겁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재발부 받아 15일 새벽 10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윤씨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했고, 결국 체포에 성공했습니다. 이번에는 경호처도 적극적으로 막아서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43일 만이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극우 뒤에 숨었던 윤석열 '막장 정치'
그러나 체포된 이후에도 지지자들을 향한 윤씨의 여론전은 지속됐습니다. 윤씨는 이날 공수처 등에 체포되기 직전 정 실장 등에게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는 말을 남기고 한남동 관저를 떠났습니다.
윤씨는 또 공수처로 향하기 직전 대국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에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공수처가 거짓 공문서까지 발부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향한 수사는 모조리 '불법'으로 치부했습니다.
윤씨는 또 공수처 조사 절차에 응하는 것은 불미스러운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출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비상계엄이 야당의 폭주에 맞선 불가피한 경고성 조치이자 대통령의 통치 행위라며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던 논리와 유사했습니다. 공수처 수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와 함께 윤씨가 새해 초 직접 작성한 글도 공개됐습니다. 윤씨는 이 글에서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야당의 입법·탄핵 공세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한다고 강변했습니다. 이 글에서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부정선거론까지 제기했습니다. 윤씨는 앞으로도 이와 같은 주장을 근거로 여론전을 펼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정 실장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각자 소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윤씨가 체포된 이후 정 실장 주재로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앞으로 수사 상황 진척에 따른 대통령실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