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수출 제품에 관세가 어떻게 매겨질지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1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북미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올 한해 사업 전망 및 계획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입니다. 출범 전부터 관세 폭탄을 예고한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 얼마나 관세를 매길지가 관건인데요. 예측이 어려운 인물이기 때문에 상황이 닥치고 나서야 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입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고관세의 직접적인 타깃이 되는 업종의 중소·중견기업이 아니더라도 이번에는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미국 연방예산을 늘려야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지난 1기 행정부 때에 관세 적용을 받지 않았던 품목들도 이번에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일부 중견기업의 경우 올해 신년 계획을 세울 때 관세 적용에 따른 시나리오를 따로 마련해 대략적인 분석과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순 추측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15일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목하고 있는 자동차 등에 비하면 작은 산업군의 제품이기에 크게 관세를 올릴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보편적 관세를 적용해 10% 정도는 붙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관세 규제를 받은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 대로라면 관세가 없지 않을까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높은 인물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면서 "다행히 미국에 미리 확보해 놓은 물량이 있기는 하다. 상황에 따라서 대응책이 달라질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역시 한국의 현 정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입니다. 지도자 공백이 있는 상황에서 고관세가 매겨지면 이에 대한 협상이 어려울 수 있는데요. 미국 등 해외에 법인을 둔 중소기업들은 해당 법인에서 미국의 정책에 즉각 반응해 현지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가운데 관세 역수혜가 기대되는 수출기업들도 있습니다.
지누스(013890)가 대표적인데요. 미국향 매트리스를 모두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지누스의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 매트리스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멕시코 순인데요. 멕시코에 관세가 붙게 되면 그동안 무관세를 적용 받아온, 멕시코 생산 공장을 둔 매트리스기업에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김현겸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에 공장이 있는 매트리스 경쟁업체 대비 지누스의 가격 경쟁력이 월등히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