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믿는 마음을 우린 '신념'이라 말한다. 신념을 통해 형성되는 가치관은 선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공동체의 일원 속에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치는 개인·집단의 특정 행동, 사건, 목표를 향해 바람직한 믿음을 갖는 신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신념이 사회정의와 질서, 평화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신념이 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속신, 미신, 편견, 고정관념 등이 객관적 사실이나 진실의 일치성보다 우위에 선다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양태'나 '자세'는 왜곡된 외적 표현으로 일탈할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와 법치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를 진실로 믿고 행동하는 망각은 망상장애일 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망상장애를 향해 믿음이 생겨나고 행동 양식에 깊이 뿌리내린 가치관의 형성은 집단주의 문화로 힘이 생긴다. 그릇된 신념을 우위에 둔 결속은 극단적 집단 체재의 혁명이란 착각에 빠진다.
나라를 위한 것이라는 그들의 신념은 광신적 통치의 정당화를 주창했던 '파시즘의 원리'와 유사하다. '국가파시스트당' 수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지도자이자, 독재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1919년 3월23일 이탈리아 전투 동맹이라는 파시즘 단체(전투 파쇼)를 결성했고 검은 셔츠단의 로마 진군 쿠데타로 '국가파시스트당' 알린 계기가 됐다. 집단적 동질감, 연대에 기반한 민족주의·애국주의로 뭉친 광신적 이데올로기들의 세력들이 클 수 있었던 건 바로 잘못된 신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폭력적 탄압으로 사회 공동체를 이끌어간 공포 정치와 닮아있다.
"모든 것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국가 밖에는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으며 아무런 가치도 없다."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독재국가 선언은 로마 제국의 부흥을 선전했고 청년들의 희망이라는 포장으로 세뇌했다.
결국 무솔리니의 망상은 나치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 등 2차 세계대전의 서막을 알렸다. 우리나라는 갑신정변 이후 일본인을 자처한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후대에 걸쳐 지배세력을 키우면서 신념형이 되고 있다.
신념의 이중성은 19세기 제국 탄생 중심의 표트르 대제 국가대개혁 시대 문학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직의 위계가 판치던 관등 사회 속의 추위와 가난, 그 공간적 배경을 통해 신념의 이중성을 써 내려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은 의미하는 바가 깊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만인의 행복을 위해 추악한 노파를 향한 만행을 저지르면서 '범인'과 '비범인'인 두 종류의 논리로 자신을 합리화했다.
범인은 법에 복종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자로 범죄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비범인은 능력이 출중한 극소수로 대의를 위한 범행도 특권이라는 신념이다. 즉, 너 나은 미래를 위한 질서 파괴쯤은 괜찮다는 주장이 내제돼 있다.
오늘날 누군가의 궤변과 닮아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심리를 살핀 예심판사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범인과 비범인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과 비범인이라는 착각으로 정당화하는 것에 대한 핵심을 짚고 있다.
정의가 아닌데도 진리에 맞지 않는 옳지 못한 비정의성을 부정하는 궤변을 말이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