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내란 특검법'(윤석열 정부의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 운명을 결정지을 결전의 날이 밝았습니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하지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민주당도 내란 특검법 딜레마에 빠져있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역대 대통령 권한대행 중 최다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탄핵을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7번째 거부권 유력…'선택적 국정행보' 비판
최 권한대행은 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내란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해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입니다.
이미 내란 특검법에 대한 여야 합의가 결렬된 만큼 최 권한대행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립니다. 게다가 검찰이 윤석열씨를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하면서 내란 특검법의 대전제가 흔들린 만큼 특검의 명분과 실익 모두 크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야당이 처리한 1차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인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해달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여야는 지난 17일 내란 특검법 합의를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고, 결국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지난 18일 정부로 이송된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 입니다.
최 권한대행이 현재까지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모두 6건에 달합니다. 이날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7번째 거부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역대 최다 거부권 기록을 경신하게 됩니다.
앞서 6개 법안에 재의를 요구한 한덕수 전 권한대행보다 많은 거부권 행사로 '선택적 국정행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최 권한대행의 국정 운영 기조를 두고 "최상목 대행의 현재 국정운영은 매우 비정상적"이라며 "권한대행의 기준이 오락가락 멋대로"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경대응' 예고에도…민주, '플랜 B' 부재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과 릴레이 탄핵에 대한 여론 악화 등 사실상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비공개 지도부 회의와 의원총회 등에서 최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 탄핵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말장난하지 말고 내란 특검법을 즉시 공포하라"며 "(내란 특검법에 대한) 위헌 요소, 여야 합의 이런 말씀은 말아라. 인내심을 시험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30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통과된 특검법은 그간 제기됐던 법적인 시비의 소지도 없고 내용적으로도 국민의힘의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한 내용"이라며 "합리적 관점에서 볼 때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서면브리핑에서 "최 권한대행은 오판하지 않아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상황 자체가 잘못되었고, 무비판적인 전망을 반복해서 수용과 거부를 선택사항으로 보이게 만든 것 또한 잘못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실제로 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민주당은 최근 당 지지율 하락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릴레이 탄핵에 대한 여론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또 이미 한덕수 국무총리부터 국무위원을 잇달아 탄핵한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까지 밀어붙인다면 민주당에 관한 부정적 정서가 불가피합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최 권한대행이 탄핵되면 국정 리더십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결국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민주당은 마땅한 '플랜 B'가 없는 상황입니다.
한동인 기자·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pyun97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