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자동차 노사갈등)③글로벌 경쟁 심화…노사 협력이 '생존 키워드'

글로벌 완성차기업 노사…상생 위한 협력적 관계 유지
국내 잦은 파업 및 임금 협상 난항에 기업 경쟁력 '하락'

입력 : 2025-02-0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3일 17: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오랜 시간 마찰을 빚어온 자동차업계 노사가 최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자동차 생산량이 석 달 연속 감소하며 전산업생산지수 하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IB토마토>는 이러한 노사 갈등이 자동차 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 감소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와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노사가 기존의 대립적 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반복되는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해외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적극적인 노사협력을 바탕으로 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도입,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위기 대응을 위한 합리적 합의 등을 실천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노사관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 달 가까이 파업을 이어가자 협력사 관계자들이 현대트랜시스 최대 공장이 있는 충남 서산에서 경영 위기를 호소하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요타, 연공서열 폐지하고 성과 따라 보상…노조도 ‘공감’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는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탈피하고 성과주의를 도입하면서 노사관계를 발전시켰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는 최근 3년간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확대, 평가제도 개선, 자격체계 조정 등을 추진하며 인사·임금제도를 개편했다.
 
도요타는 2019년 관리자급 인력 구조를 5단계에서 간부직으로 통합해 연공서열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조기에 발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본급 정기 승급을 폐지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도입해 직위가 낮더라도 성과가 높은 직원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도요타 노조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회사의 위기 대응 전략에 공감하며 협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노사는 확대간담회 및 전사적 공청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제도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협력 모델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의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독일 폭스바겐도 위기 상황에서 노사협력을 통해 기업을 회생시킨 사례가 있다. FCA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내 생산 능력이 절반으로 감소했지만, 노조와 협력하여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데 성공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FCA 회장은 "노동조합의 협조 덕분에 회사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FCA 노조가 소속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과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입 직원의 임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 도입, 6년간 파업 자제 합의, 기본급 자동 인상 제도 폐지 등을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독일 폭스바겐 또한 1990년대 대규모 적자에 직면했을 때, 근무형태를 주 4일제로 변경하고 임금을 16% 삭감하는 조치를 노조와 합의했다. 또 1999년에는 인력 운영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 기간제 근로자를 활용하는 별도 인력파견회사 '아우토비지온'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정규직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생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국내 자동차 노사관계 변화 필요 목소리 높아
 
이처럼 견고한 해외 노사협력 사례의 긍정적인 면을 고려하면 현대차(005380)기아(000270), KG모빌리티(003620)등 국내 자동차업계 역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노사협력 모델을 검토·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도요타의 성과 중심 임금체계, FCA의 위기 대응을 위한 노사합의, 폭스바겐의 유연한 고용구조 등은 국내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사례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도요타나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전미자동차 노조 등 해외 많은 자동차 노조들이 업황이 좋지 않다거나 기업이 흔들린다 싶으면 노조쪽에서 사측에 적극 협조하는 측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여전히 잦은 파업과 임금 협상 난항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현대차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지난해 약 한 달간 진행한 파업으로 인해 4분기 실적이 전분기 대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기적으로만 봐도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박철완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동차업계 노사 파업으로 인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디폴트(기본)이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특히 지금의 노조를 이끌고 있는 기성세대가 산업의 업황이나 회사의 상황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들의 이익만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우리 청년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며 "자동차 노조도 현명한 젊은 세대로 교체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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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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