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에도 자본건전성 하락을 우려해 자본성증권 발행 러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보험사들이 발행했거나 발행을 결정한 자본성 증권 규모는 1조4300억원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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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해보험(000370)이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메리츠화재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동양생명도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발행을 결정했고, DB생명도 이달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나설 계획입니다. ABL생명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승인했고, KDB생명도 최대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8조325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입니다. 보험사들은 지난 2022년에도 예년보다 많은 수준인 4조5899억원의 자본성 증권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이듬해부터 적용되는 새 국제회계제도(IFRS17)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처럼 회계상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하락 요인이 생기면 보험사들은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합니다.
IFRS17이 도입됐을 당시에는 보험계약마진(CSM)이 이익의 원천이자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신계약 유치 경쟁이 사업비 경쟁으로 확산됐습니다. 보험계약으로 인한 수익과 비용을 계약 전 기간에 분산해 인식토록 하면서 회계상으로는 사업비 부담이 줄었는데요. 결국 금융당국은 이 부분을 고무줄식 회계로 지적하고 무분별한 사업비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건전성 감독 강화에 나섰습니다.
또한 단기납 종신보험 등 환급률을 내세운 무·저해지환급형 상품 판매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험사가 예측하지 못한 해지 위험도 문제가 됐는데요.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정했습니다. 완납 시점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도록 하는 원칙 모형을 제시한 것인데, 이는 완납 시점 보다는 초기에 보험사 부담이 커지는 요인입니다.
즉 부채가 증가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이 하락하는 요인이 되는 것입니다. 보험사가 킥스를 높게 산정하려면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국이 집중 검사를 할 수 있어 원칙모형을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반영하듯이 올해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의 킥스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무·저해지 보험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들의 킥스 하락이 두드러졌습니다.
지난해 KB손해보험은 킥스 비율이 188.1%로 전년대비 27.8%포인트 하락했고 KB라이프생명은 킥스비율이 당국 권고치인 150%를 상회하는 265.3%였지만 이는 64.5%포인트 하락한 결과입니다. 신한라이프의 킥스도 206.8%로 양호한 성적이지만 전년보다 44.0%포인트 줄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업계가 킥스 비율 방어를 위해 선제적인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섰고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건전성 확보를 위해 자본을 확충하는데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이 연초부터 자본건전성 하락을 우려해 앞다퉈 자본성 증권 발행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보험회사 텔레마케팅 사무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