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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의 수입량이 늘자 국내 철강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의 무분별한 유입이 국내 철강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제기했다. 그러나 열연강판을 가공해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반덤핑 조치로 인해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양측 모두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내 철강 산업이 이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적절한 타협이 절실하다. <IB토마토>는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를 둘러싼 국내 철강업계의 갈등 현황을 짚어보고, 위기 속에서 가능한 타협의 해법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현대제철(004020)은 지난해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의 국내 시장 유입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줄었고, 국산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수입산 철강이 꾸준히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그러나 이는 철강업계 일부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열연강판으로 철강 제품을 만드는 업체 입장에서는 저렴한 원료 조달의 창구가 막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철강 제품의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 현대제철의 반덤핑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현대제철)
수입산 열연강판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영향 키워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 23조2261억원, 영업이익 314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연도와 비교했을 때 매출(25조9148억원)은 10.4%, 영업이익(7983억원)은 60.6% 감소한 실적이다.
현대제철 실적이 감소한 원인은 중국산 및 일본산 철강 수입량 증가에 따른 철강 가격 하락 압박 등이 있다. 수입 열연강판은 국산보다 가격이 낮기 때문에 국산 열연강판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에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철강 가격 인상이 어려웠고,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에 열연강판이 원료인 조선용 후판은 지난해 하반기 가격 협상이 완료돼야 했지만, 현재까지도 협상이 지연된 상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사이의 의견 차이가 큰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업계는 원가 부담에 후판 가격을 높이려 하지만 조선업계는 철강 가격 하락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산 열연강판의 유통 가격은 1톤당 80만원 선, 수입산은 70만원 선으로 전해진다. 중국산 철강은 자국 내 공급이 넘쳐 저가에 밀어내기식 수출이 이뤄지고, 일본산은 엔저 현상에 힘입어 원화 환산 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라 가격 면에서 국산보다 유리하다.
수입 열연강판의 대다수는 중국산 및 일본산이 차지한다. 열연강판 수입량은 지난해 감소했지만 낮은 가격을 바탕으로 국내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 수입 총량은 지난해 359만톤으로 직전연도(401만톤)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국내 열연강판 출하량(1607만톤) 대비 22.3%에 달한다. 아울러 국산 열연강판을 보호할 통상 수단이 마땅히 없는 실정이라 올해도 열연강판 수입은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덤핑 두고 철강업계 입장 대립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수입산 열연강판 등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국내 열연강판 산업이 흔들린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열연강판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현대제철이 흔들릴 경우 국산 철강 공급망도 흔들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익성이 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반덤핑이 인용될 경우 철강 산업 전체가 받을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사를 제외한 나머지 철강업체들은 반덤핑 제소에 반발하고 있다. 반덤핑 조치가 시행될 경우 수입산 열연강판의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하고 이는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올해도 열연강판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까닭에 철강업체들의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연강판 가격이 하락하면 원가는 줄어들지만, 그만큼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리지 못해 매출 외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덤핑까지 이뤄질 경우 수입산 열연강판의 가격 인상 효과도 발생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의 여지는 더 좁아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무역위원회가 해당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시점에서 조사 여부는 미지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통상 환경이 예측불허의 상태에 빠지면서 반덤핑 조사가 개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달 12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열연강판 포함)에 대해 예외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하면서 국산 철강이 갈 곳도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내수 시장마저 수입산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국내 열연강판 산업은 설 자리가 더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우리 정부도 기초 소재인 열연강판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반덤핑 사례를 살펴보면 반덤핑 제소 신청 시 대다수는 조사 개시로 이어졌다. 또한 조사가 개시되면 반덤핑 관세로 이어지는 선례도 상당했다. 이에 조사 개시가 되면 반덤핑 조치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87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신청된 176건의 반덤핑 조사 중 126건(71.6%)에 대해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가 이뤄지는 등 상당한 비율로 반덤핑 조치가 이뤄진 바 있다. 지난해에도 우리 정부는 중국산 스테인리스강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열연강판은 철강 제품의 기초 소재기 때문에 반덤핑이 실행된다면 철강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