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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9일 09: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현대건설(000720)이 회사채 만기 도래 부담에 대규모 회사채 추가 발행으로 대응하면서 재무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신규 발행에 기존보다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면서 이자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적자에 공모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수요예측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도 리스크 분산을 위해 많은 증권사들이 금액을 나눠 인수 주관사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본사.(사진=뉴시스)
최대 3000억 규모 공모채 발행 나서…대형 주관사단 ‘눈길’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최근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현대건설의 이번 회사채는 △2년물 600억원 △3년물 700억원 △5년물 200억원으로 구성됐다. 2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27일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대규모 영업손실은 현대건설의 회사채 수요예측 성패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2조6943억원, 영업손실 1조2208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5125억원을 기록 중이었지만, 4분기에 1조7333억원의 손실이 반영되며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이 나타난 것이다. 현대건설의 연간 기준 영업손실은 지난 2001년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이는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 사우디 현장에서 잠재적 손실을 일시에 반영한 것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38.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돼 있고, 자회사의 영업실적이 그대로 반영된다. 다만 사우디 자푸라 프로젝트를 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 시공 중인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약 1700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5448억원으로 전망했다.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비껴간 어닝 쇼크를 기록한 셈이다.
각 증권사들은 50억~200억원씩 현대건설의 회사채를 총액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20일 수요예측 이후 발행가액이 확정되면 현대건설과 발행 주관사들 간 협의에 따라 인수금액이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수요예측 단계에서 청약 미달 시 주관 증권사가 총액 인수한 회사채를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전망이다.
대규모 현금 유출 불가피…든든한 ‘4조 유동성’
현대건설은 이달 말까지 총 3300억원 규모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다. 지난 17일 5년물 2500억원의 만기가 지났고, 오는 28일 2년물 8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회사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모집한 자금을 모두 채무상환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만기 도래 회사채 3300억원 가운데 부족 자금은 현대건설의 자체자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7일 2500억원 규모 회사채의 만기는 당사가 보유한 현금으로 상환했다”면서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불구, 수요예측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요예측 결과 모든 물량의 청약이 완료되더라도 회사채에 대한 금리는 기존 대비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7일 상환한 2500억원 규모 현대건설303-1 채권의 지난 2020년 2월 발행 당시 금리는 연 1.90%에 불과했다. 5년간 2500억원에 대한 이자비용은 연 48억원 수준이었다. 아울러 오는 28일 만기 예정인 800억원 규모 채권의 금리는 4.42%다.
현대건설의 1500억원 규모 회사채의 공모희망금리는 청약일 1영업일 전 민간채권평가회사 4사(한국자산평가, 키스자산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가 최종 제공하는 현대건설의 회사채 개별민평 수익률의 산술평균에 –0.30%포인트에서 +0.30%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로 산정된다. 지난 14일 현대건설의 회사채 평균 금리는 △2년물 연 3.214% △3년물 3.295% △5년물 3.427% 등이다. 연 이자율을 약 3.3%로 가정한다면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시 이자비용은 연 50억원, 최대 3000억 조달시에는 100억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신용등급 AA-인
SK리츠(395400)는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대비 4.5배 이상의 자금이 몰리며 연 3% 초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현금 유출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도 현대건설의 유동성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7044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642억원으로 총 4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보유 중이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