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문성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체제에서 부당대출 사고 등 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해오던 이 원장이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인데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 대통령 탄핵 사태로 윤석열정부의 힘이 빠지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두면 더 큰 혼란"
이 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종룡 회장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거버넌스(지배구조) 관련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임 회장이 (사태를) 정리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장은 임 회장에게도 같은 입장을 여러 번 설명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우리금융 내부의 파벌에서 비롯돼 현 행장과 회장을 흔들려는 다양한 제보들이 들어왔다"며 "그런 것을 볼때 거버넌스가 흔들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서 임 회장에게도 직접 정리를 해야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의 발언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이 발생한 책임이 임 회장에게도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입니다. 최근 금감원은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 가운데 61.8%인 451억원이 임 회장 임기 중에 취급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3년입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 도출은 이와 상관 없이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거버넌스가 흔들리지 않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당위와 (우리금융이)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경영실태평가 도출 및 그 이후 이어질 자회사 편입 문제 등은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임 회장이 임기를 지키고 거버넌스가 흔들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거꾸로 회장이나 행장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이 직을 걸고 체질 개선 및 환골탈태를 이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지배구조 아쉬움 여전"
앞서 이 원장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주주가치 제고 등 밸류업 정책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은행권이 자본적정성 관리와 지배구조 선진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하는데, 손실흡수 능력 확보 등 자본적정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꼽았습니다.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배당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거위알을 계속 먹느냐, 거위 배를 가르느냐의 문제"라며 금융 계열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 원장은 "농협이 농민들을 위한 조직이고 중앙회가 100% 대주주이기 때문에 배당 자체에 대해 당국이 개입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과도한 배당으로 중장기적 성장 동력이 훼손되거나 수익 건전성이 위험에 빠지면서 감독 당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농협중앙회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은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 및 배당으로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에 1조5000억원을 지급했습니다. 금감원은 이달 초 농협금융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농협금융의 자본비율이 금융지주사 대비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중장기 자본관리계획 등을 고려하지 않고 매년 대주주인 중앙회에 거액의 배당 등을 지급하면서 자체 위기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최근 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사례 등을 볼 때 실제 운영 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고 가산금리를 높게 유지 중이라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올해 1분기부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대책은 이달 말께 금융위와 함께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이달 말 예정된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물가와 환율 추이, 내수 등 경기 상황과 GDP 성장 전망 등을 볼 때 조금 더 완화적인 통화 정책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금융당국과 사회적으로 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은 최소한 방향성은 같아야 하며 완화된 통화 정책이 필요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