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SPC 본사.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005610)이 10여년에 걸친 주가 추락세에도 주가 부양과 주주 환원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룹 계열사 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의 사망사건 이후 적절치 못한 대응과 안전관리 미흡 문제가 드러나며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고 오너와 경영진에 대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며 주가는 내려앉았지만, SPC그룹 차원의 회복 의지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추후 두 아들에게 승계 절차를 완료하기 전까지 주가 부양을 위한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불만도 제기됩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PC삼립 주가는 이날 4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9만8100원과 비교하면 51.7%, 2015년 8월 최고가인 41만5000원 대비 88.6% 하락했습니다.
SPC삼립은 양산 빵 제조와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SPC그룹 주요 계열사입니다. 지분율의 경우 지난해 11월 기준 파리크라상이 40.56%를 보유하고 있으며,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사장 16.27%, 차남인 허희수 부사장 11.92%, 허 회장 4.62% 순입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는 파리크라상이지만 SPC삼립이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로 각종 이슈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2015년 식자재 유통업 등 사업 확장세와 중국 시장 공략 △2016년 미국 수제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의 국내 안착 △2022년 포켓몬빵 인기 등으로 SPC삼립 주가 훈풍이 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 하반기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 △2018년 허희수 부사장이 액상 대마 밀수·흡연 혐의로 구속되며 오너리스크 확대 △2022년 10월 그룹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사고와 그에 따른 불매운동 여파 △2023년 8월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연이은 근로자 사망사고 △2024년 4월 노조 탈퇴 강요 혐의를 받는 허영인 회장의 구속기소 등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장기간 각종 리스크로 몸살을 앓으며 SPC삼립 시가총액은 쪼그라들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5000억원대를 보였으나, 현재 4000억원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SPC삼립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4279억원입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오리온(3조1043억원)과 농심(3조4387억원)의 시가총액이 각 4조원, 2조원을 웃도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소액주주 환원은 '무소식'…오너가 주머니는 '두둑'
SPC삼립 주가 내리막은 계속되고 있지만 회사 측에서는 별다른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7년 9월 이후 자사주 매입 행보는 깜깜무소식입니다. 지난 2020년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취임할 당시 경영진과 함께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2000주를 매입한 것에 그쳤습니다.
배당정책 또한 뒷걸음질치며 소액주주 환원에 소극적인 모습입니다. 1주당 현금배당을 2021년 1104원에서 2022년 1500원, 2023년과 2024년 각 1700원으로 결정하며 올렸지만, 2023년부터 차등배당을 미실시함에 따라 오너 일가가 가져가는 이익이 확대됐습니다.
지난해 SPC삼립이 지급한 배당금 총액 약 138억원 중 108억원이 최대주주인 파리크라상과 오너 일가로 흘러갔습니다. 배당금 수령액을 계산하면 오너가 중 SPC삼립 지분율이 가장 높은 허진수 사장이 23억9000만원, 허희수 부사장 17억5000만원, 허영인 회장 6억8000만원가량입니다. 반면 소액주주들이 가져가는 전체 배당금은 24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현재까지 SPC삼립의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은 요원합니다. 황종현 SPC삼립 대표는 지난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중심의 사업 체질 강화로 밸류업을 실현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밸류업 계획 등을 제시하진 않고 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차등배당 적용 등은 주주 환원의 기본 요소"라며 SPC삼립에 대해 "소액주주들을 위한 환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속된 오너가와 경영 리스크 등으로 주가가 추락했는데 회사 차원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승계 완료 전까지 주가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SPC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밸류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SPC삼립은 2013년부터 9년간 소액주주를 위한 차등배당을 했으나, 현재 기본적인 배당형태인 균등배당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