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복귀와 관련된 동향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사업 재개 가능성에 가전업계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전쟁 중 점유율을 한껏 올린 중국과 경쟁이 전망돼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뉴시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최대 경제매체 코메르상트는 정보분석기관 텔레콤데일리 자료를 인용해 올해 1~2월 삼성전자의 러시아 내 마케팅 활동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작년 11~12월 보다도 10% 늘어난 수치입니다.
텔레콤데일리의 데니스 쿠스코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가 러시아의 최대 이동통신사인 MTS와 협력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신제품이 유럽과 미국보다 며칠 먼저 러시아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LG전자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러시아 ‘모스크바 시티’에 열린 초대형 옥외 스크린 ‘미디어 파사드’ 완공 기념식에는 노영남 LG전자 법인장이 참석해, 기념식 축사를 맡고 기부 행사까지 진행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수많은 글로벌 기업 관계자들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축사는 노영남 LG전자 러시아 법인장이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흐름이 러시아 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를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며 “현재 러시아 시장이 중국과 튀르키예 브랜드에 잠식 돼, 유통업계에서는 독점에 따른 선택지 다변화 필요성이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노 법인장도 초청에 의한 참석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이 아직 철수하지 않았고, 주요 브랜드였다 보니 제재가 풀렸을 때 원활히 협력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측한다”고 전했습니다.
2021년까지 삼성전자, LG전자는 러시아 가전 점유율 1위를 다투는 주요 기업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모스크바 인근에 칼루가 공장, LG전자는 2006년 루자 지역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했습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자, 전쟁에 반대한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부품 수급 등에 문제가 생긴 한국 기업은 한 달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중국, 튀르키예 등 우호국의 수입을 대폭 늘렸습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러시아 가전 시장에서 중국, 튀르키예, 벨라루스 기업의 점유율은 40% 이상을 차지, 국내 기업 점유율은 한 자릿수 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에 종전 후 제재가 풀리더라도 한국 기업이 이전의 점유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과 러시아 수교 관계가 나쁘지 않아 진출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이탈이 오래되지 않았고, 브랜드 이미지가 잘 축적돼 있다"면서 "이점을 살려 마케팅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