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소비자와 의료계로부터 '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5세대 실손보험을 강행키로 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정기적으로 열었던 보험개혁회의는 상시체계로 전환합니다. 보험개혁종합방안에 제시된 제도개선 세부과제가 74개로 방대한 만큼, 제도화와 시장 안착에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 강조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국제회의장에서 제7차 보험개혁회의와 대토론회를 주재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금융감독원과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생·손보·대리점협회 회장, 학계·전문가 등 13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종합방안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방안 △보험산업 미래대비 과제 △보험사 미래대비 전략 등이 논의됐습니다.
이날 보험개혁회의는 7차를 기점으로 개최방식이 상시로 전환됩니다.
보험사 CEO들은 그간 진행된 보험개혁회의가 건전한 경쟁과 자정노력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보험업계의 내부통제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아울러 새 국제회계제도 개선과 관련해 자본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도 업계와 당국이 논의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보험개혁 논의는 보험상품의 제조자나 판매자가 아닌, 보험소비자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보험산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 오늘 회의를 보험소비자 이익 보호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시장 안착을 통해 현장에서 결과가 나타나야만 개혁이 완료된다"며 "금융당국은 개별 과제를 하나 하나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보험개혁종합방안에 제시된 세부 74개 과제 중 임신·출산 보장상품, 삼둥이 태아보험 개선, 손해보험 무사고 환급제 등 23개 과제는 제도개선이 완료돼 시행 중입니다. 시장 수용성이 중요한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 등 보험대리점(GA) 관련 과제는 설명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확정할 계획입니다.
제도개선 과제가 방대한 만큼, 올해 말까지 보험업법령 및 감독규정 개정부터 이행합니다. 이를 위해 협회와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보험개혁점검반을 운영합니다.
74개 과제 외 △판매전문회사 도입 검토 △맞춤형 상품개발을 위한 데이터 활용 활성화 △소액단기보험사 활성화 △특별이익 규제개선 검토 등 미확정된 과제의 경우 단기 연구용역, 관계기관 협의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5세대 실손보험, 소비자 외면한채 '개혁'으로 포장
이어진 보험개혁 대토론회에서는 보험개혁회의에서 주요 주제로 논의됐던 △보험상품 개선 △판매채널 개선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미래대비과제 등 4가지 분야별 개혁과제 보완사항에 대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특히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한 실손보험 개혁 완수가 필요하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추진 관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규범성 강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보험대리점(GA) 운영위험평가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평가결과에 대한 보상체계가 기존 당국의 평가나 예보료 평가등과 연계돼 변별력 있게 작동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금융기관보험대리점 제도도 20여년만에 규제가 개편되지만, 타업권의 우월적 지위 남용 우려에 따라 보험업계의 현장의견 전달될 수 있는 소통창구를 마련해달라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IFRS17과 관련해 부채평가 할인율에 대한 정보 공유 확대, 계리가정 산출제도 개선시 소통 강화 등에 대한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요양시설 임차규제 완화 관련 관계부처 협의가 불발되어 아쉬움을 드러내며 넓은 범위의 비금융업무 확대나 포괄적 허용(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추가 검토 요청도 있었습니다.
보험산업의 미래를 위해 청년세대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청년전용 상품이나 구독형 보험, 스스로 설계하는 상품 개발 필요성도 개진됐습니다. 아울러 신탁과 보험의 서비스화를 결합해 생애전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형태로진화할 수 있도록 당국의 정책적 지원 요청도 있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업계 실무자들의 노고를 통해 보험산업이 신뢰받는 국민의 동반자로서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보험산업의 낙후된 관행을 벗고 국민이 신뢰하는 산업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제7차 보험개혁회의 및 보험개혁 대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