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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11일 16: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자본시장은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기업 간의 활발한 거래가 예고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 기업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인수·합병(M&A)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B토마토>는 변화하는 경영 환경을 분석하고, 주요 거래 주체들의 전략을 분석해 M&A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경제 불황과 불확실성이 커지면 자본시장은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M&A 시장은 되레 활황인 모습이다. 본격적인 불경기에 앞서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한편 사모펀드(PE)는 낮아진 조달금리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다.
M&A, 불경기가 활황 이끌어
11일 삼일PwC경영연구원은 ’Global M&A Industry Trends: 2025 Outlook‘를 통해 2025년 점진적인 M&A시장의 확장을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에선 특히 올해 국내 기업별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속화가 시장의 확장을 이끌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사진=삼일회계법인)
2024년 1분기까지 국내 M&A시장은 거래금액 기준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에너지·유틸리티·소재 분야 업황 부진에 따른 기업별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추진되면서 M&A시장은 활기를 되찾았다. 이 같은 불황에 의한 기업 인수나 합병이 올해도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M&A시장 거래금액은 총 56조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했다. 건수 자체는 899건으로 2023년 기록한 899건과 같았지만, 국내 그룹 계열사의 매각이 이뤄지면서 규모를 키웠다. 당시 주요 M&A로 SK E&S의
SK이노베이션(096770)으로의 합병, SK스페셜티와 에코비트의 매각 등 기업 사업구조 개편과정에서 발생한 딜이 거래액 기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올해 시장 전망에서 주요한 변수로 금리와 사모펀드의 수익 실현 수요 증가가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주요 이슈로 선정했다. 작년 이어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조달금리를 끌어내렸고 M&A시장 주요 거래 주체인 사모펀드의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박치홍 삼일PwC 기업구조조정 센터장은 <IB토마토>에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여러 산업분야에서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라며 “선제적으로 위기를 식별하고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자구 노력을 통해 리밸런싱(Rebalancing)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초부터 조단위급 매물 등장
실제로 올해 초부터 조단위급 딜이 M&A시장을 달구고 있다. 대기업의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거래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인수에 다시 도전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산하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 차이로 결렬됐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인수 재도전에서 5조원대의 인수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지난해 매출 4조2095억원, 영업이익 3376억원을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알짜 사업부다. 특히 식품 조미 소재와 사료용 아미노산 등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분야는 점유율 세계 1위다.
CJ그룹이 계열사 알짜 사업부 매각에 나선 이유는 중국 업체 부상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 목적이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최근 K푸드의 인기를 발판 삼아 해외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9년 2조1000억원을 들여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인수하면서 본격 진출했다. 덕분에 슈완스 인수 전 2018년 3649억원이던 해외 매출이 2023년 기준 4조3807억원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반면 바이오 산업은 중국 업체가 가세하면서 발목을 잡히고 있다. 최근 일시적인 실적 개선이 있었지만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만큼 전망은 어둡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를 매각하고 식품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작년 실적에서 바이오 시황 회복과 원가 부담 완화가 실적 뒷받침이 됐다”라면서 “다만 기존 고수익 제품군 경쟁 심화로 일부 바이오사업부 해외법인 적자로 전환한 만큼 향후 해외 식품 매출 성장성이 중장기 성장성을 결정짓는 요소가 됐다”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내몰린 사업, M&A 시장으로"
결과적으로 2025년 M&A 시장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평가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산업군은 △석유화학 △철강 △건설 △유통 △디스플레이 등이 있다.
특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 석유화학과 철강산업은 올해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61개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자산 매각에 나선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1조5000억원의 추가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매물로는 중국 장쑤성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가 나올 예정이다.
실적 저하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011170)도 파키스탄 소재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판매 자회사 LCPL 보유지분 매각에 나선다. 상반기 거래 완료를 목표로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약 979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LG화학(051910)도 여수NCC 2공장 매각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여수 2공장은 연간 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대형 공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는 3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한차례 실패한 뒤 올해 재추진한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확실한 교역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서 선제적 대응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산업별 사업 구조 개편 등과 같은 경쟁력 강화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