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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2월 18일 15:4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의 공급과잉, 글로벌 경기 둔화, 유럽 및 동북아의 저효율 설비 폐쇄 가능성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고환율 기조도 시장에 추가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구조조정, 사업 다각화, 재무 안정성 확보 등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IB토마토>는 변화하는 산업 지형 속에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극심한 공급과잉과 실적 악화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연이어 하락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자산 매각과 투자 축소를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서는 글로벌 업황 부진 속에서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업계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 지속
18일 신용평가사들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업계의 신용 전망은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대규모 생산능력 확대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 및 동북아의 저효율 설비 폐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수급 개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실적 회복이 요원한 상황에서 영업수익성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해 자산 매각과 고비용 사업 정리를 본격화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부를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에 매각했고, 롯데케미칼은 해외 자회사 지분 유동화와 함께 파키스탄 법인(LCPL) 보유 지분 75.01%를 파키스탄 투자사인 아시아파크인베스트먼트와 아랍에미리트(UAE) 석유화학업체 몽타주오일DMCC에 매각하기로 했다.
LG화학(051910) 역시 수익성이 낮은 스티렌모노머(SM)와 에틸렌글리콜(EG) 등의 생산을 중단하며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효율 설비 폐쇄가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는 엑손모빌 등이 일부 저효율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했으며, 일본에서도 노후 설비 가동 중단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사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매각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며,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추가적인 사업 정리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업계에서 대대적으로 대규모 설비 폐쇄와 사업 정리가 진행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과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산 매각과 재무 전략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될지가 각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자금 지원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 있어
정부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석유화학 산업에도 첨단전략산업기금을 통한 지원을 검토하고 나섰다. 금융 당국이 재무 부실 위험이 높은 대기업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석유화학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총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지원 대상에 석유화학 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으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대상 기업에 석유화학 업체를 포함시켜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산업 어려움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석유화학 기업이 정부 자금 지원을 받게 되면 사실상 이를 매개로 업계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정부의 지원이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금융권과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22년쯤부터 석유화학 등 부진 업종을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정부와 꾸준히 공유해왔다”며 “지난해 말부터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니 지난 2~3년간 가졌던 고민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석유화학 산업이 미국의 고관세 정책의 대상 업종이 아닌 만큼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동차나 철강처럼 미국의 관세 폭탄을 직접 맞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지원과 구조조정이 다른 업계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지난해 12월에 내놓은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이 기존의 범용 제품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총 3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융자와 보증 등의 방식으로 제공해 기업들의 사업 재편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다. 정부는 올 상반기 '2025~2030년 R&D 투자 로드맵'을 수립해 발표할 예정으로 고부가·친환경 화학소재 기술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추진하고 500억원 규모의 '고부가 스페셜티 펀드' 조성,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 원천기술 발굴 등을 통해 산업의 고도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아 해당 정책 수립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IB토마토>는 산업통상자원부 측에 해당 정책의 추진 현황 등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