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한국 게임 산업이 요즘 심상치 않다. 전체 매출 성장세는 유지하고 있으나 균열이 감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 총 매출은 전년보다 3.4% 성장한 22조 9642억원을 기록했지만, 수출액은 6.5% 감소한 84억원 수준에 그쳤다. 한국 게임 수출액이 뒷걸음질 친 것은 23년 만이다.
주요 국가별 점유율로 보면 한국은 7.8%로, 미국(22.4%), 중국(20.9%), 일본(9.0%)에 이은 4위에 자리했다. 3위와 별 차이가 안 난다고 위안 삼기엔 2위와 간극이 크다.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사이 중국은 1위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한국 게임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022년 30.1%였지만 2023년 25.5%에 그쳤다. 한한령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견제로 한국 기업이 차별 받은 데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원신'이나 '검은신화: 오공'의 대흥행에서 보듯 중국 게임의 기세 또한 매섭다. 업계도 위기를 감지하고 MMORPG 위주 PC게임 강자라는 옛 수식어를 뒤로 한 채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정부도 힘을 보태려는 모양새를 취하고는 있다. 한류의 선봉으로 K팝이 주목받지만, 사실 숫자로 보면 한국 콘텐츠업계의 전통적인 수출 효자는 게임인 까닭이다. 2023년 상반기 기준 게임 수출이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 중 64.0%를 차지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8년까지 게임 매출액을 30조원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콘솔게임 육성을 강조했다. 콘솔은 해외 주류 시장에서 인기인 플랫폼이지만 한국 콘솔게임은 1.4%로 한자릿수 점유율에 머물고 있는 터라 이 부분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월30일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게임산업진흥 종합계획 관련 사전 백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정부의 야심찬 선언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무려 글로벌 콘솔 3대장인 소니, MS, 닌텐도와 함께 한국 콘솔게임 진흥을 도모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지원 사업의 첫삽을 뜬 결과 역시나 협업은 불발이다. 한국 민간기업에 우격다짐으로 지원을 독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하물며 글로벌 기업이 선뜻 나설 리 없다. 다만 콘솔게임 육성이란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은 만큼 정부는 이제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국내 민간기업들은 정부의 선의가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정부의 현 계획이나 정부에 바라는 바에 대해 물어도, '그냥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부터 나온다. 아마도 오랜 불신의 결과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게임은 오랫동안 정부 규제에 시달려왔다. 일찌감치 비디오게임이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섭다는 오해도 정부발로 확산됐고, 청소년의 심야 시간대 게임 이용을 막는 셧다운제도 10년간 유지되다 2021년에야 폐지됐다. 여기에다 최근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분류'라는 복병을 만났는데, 통계청과 문체부 간 엇박자 속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육성책이라니 영 믿음직스럽지가 않은 것이다.
게임업계의 최근 화두는 글로벌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향후 인구 증가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콘솔게임 육성책도 사실 이 같은 문제 의식 아래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선의와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잦은 부서 발령 탓에 게임 자체에 대해 잘 아는 공무원이 드문 상황에서 해외 게임시장 개척을 위한 묘안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정치 쪽에 기대를 거는 것도 난망한 일이다. 최근 민주당이 게임 특위를 가동하고 나섰지만, 게임 산업 육성에 본 목적이 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조기 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청년 표심 공략이 재개되자, 업계에선 '정치인보다는 공무원이 낫다'는 평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게임을 잘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하면 어떨까. 산업 발전을 위한 세부적 내용일랑 업계에 맡기고 정부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찌됐건 글로벌이 화두인 상황 속, 업계에선 차라리 게임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니 게임 수출 관련 진흥책은 외교 전문가가 맡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도 말한다. 산업 급변기 속 업계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일 때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