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프라임] 서울보증보험 매수, 배당락 후에나

공모 성적 굴욕, 주가 상승으로 씻어내
호재가 배당뿐이라면 배당락 각오해야

입력 : 2025-03-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서울보증보험이 고배당을 앞세워 기업공개(IPO) 당시 외면받았던 설움을 씻어내고 있습니다. 주가도 한때 4만원을 넘어서는 등 뒤늦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모델의 특성상 성장성은 낮아 배당 권리 소멸 후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일부에선 신규 매수 시기를 타진 중인 투자자들에게 배당락 후에 접근할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공모가 하락 배경에 실적 반토막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서울보증보험은 5.12% 오른 3만59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상장 2주차에 보여준 강한 상승 흐름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023년 가을 IPO를 추진했다가 수요예측 부진에 계획을 철회한 후 올해 다시 공모를 진행, 뒤늦게 입성한 지각생입니다. 그해 10월에 치러진 수요예측 당시 희망공모가를 3만9500~5만1800원으로 적어냈는데 이에 참여한 기관들이 대부분 희망가 하단에 가격을 적어냈기 때문입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후 기업설명회(IR)를 열어 미래성장 전략을 지속 추진해 손익 경영을 강화한 뒤,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호기롭던 자신감은 1년반을 가지 못했습니다. 올해 상장을 재추진하면서 그때 적어냈던 가격보다 훨씬 낮은 2만6000~3만1800원을 희망해 최하단인 2만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으니까요. 몸값을 낮춘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3년 공모를 추진할 당시 실적, 그러니까 2022년 영업이익은 7064억원, 순이익은 5449억원이었는데 공모를 철회한 후 나온 2023년 실적은 영업이익 5241억원, 순이익 4179억원으로 감소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올해 공모 추진 당시 발표되지 않았던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 2796억원, 순이익 2131억원으로 반토막이 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실적에 기준해서 평가해도 주가가 비싸다고 할 순 없겠지만, 이익성장이 크게 훼손된 기업이 제대로 된 몸값을 받기는 어려웠을 테고. 서울보증보험 입장에서도 아쉬운 가격을 감내해야 했을 겁니다. 온전한 연간 실적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공모에서도 수요예측 경쟁률 240대 1, 공모청약 경쟁률 7대 1로 성적이 저조했던 것도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11% 고배당, 오직 공모주 투자자만
 
상장 첫날인 지난 14일 주식 거래 초반 분위기만 봐도 기대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공모가보다 높은 2만8050원에서 출발했다가 곧바로 공모가 부근인 2만6550원까지 밀렸습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에겐 ‘고배당’이란 무기가 있었고, 이게 투자자들에게 먹혀들었습니다. 상장 후 며칠이 지나는 사이 “배당 많이 준다”는 사실이 부각된 끝에 4영업일째인 19일에 주가가 폭발한 겁니다. 이날 서울보증보험은 장중 27.56% 급등한 4만500원까지 치솟으며 불을 뿜었습니다. 이날 상승률은 17.80%로 축소돼 3만7400원으로 마감했지만 불과 얼마 전 2만6000원이란 공모가를 확정했던 때를 생각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였습니다. 
 
공모주에 청약한 후 마음 졸이던 투자자들도 환호했습니다. 1000대 1을 넘기는 공모주가 대부분인데 서울보증보험 청약자들은 7대 1이란 낮은 경쟁률로 인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공모주를 할당받았는데요. 오히려 그 덕분에 상장 첫날 ‘따따블’을 기록하지 못했음에도 큰 수익을 거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서울보증보험이 고배당이었던 이유, 공모주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공모가가 낮아서입니다. 
 
서울보증보험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연 2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약속했습니다. 2000억원을 전체 주식수 6982만1598주로 나누면 주당 2864.44원꼴입니다. 실제로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14일 정기주주총회 소집 결의 공시를 올리면서 1주당 2865원을 현금배당하는 안건을 넣었습니다. 
 
2865원의 배당금을 공모가 2만6000원으로 나눈 배당수익률은 11.02%입니다. 한국 증시에서 주주환원이 강조되면서 고배당을 하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했지만 두 자릿수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종목은 한 해에 1~3종목 꼴로 매우 적으며 그 이름도 매번 바뀌곤 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3년 동안 고배당을 보장한 겁니다.
 
게다가 서울보증보험은 배당기준일도 4월4일로 넉넉하게 잡았습니다. 4월2일 안에 매수해 그날까지만 보유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고배당이 공모주 투자자, 적어도 공모가 수준에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에게만 해당한다는 사실입니다. 고배당 호재에 뒤늦게 주식 매수에 뛰어든 이들은 이보다 훨씬 낮은 시가배당수익률을 올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날 종가 3만5900원에 주식을 매수할 경우 배당수익률은 7.98%로 낮아집니다. 물론 이것도 높은 배당수익률이지만 두 자릿수 배당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서울 홍보관에서 서울보증보험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했다(사진=한국거래소)
 
저성장 고배당주, 배당락 크다
 
이보다 큰 고민거리는 배당락입니다. 배당주들은 배당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즉 배당기준일의 2영업일이 지나고 나면 주가가 하락하는 배당락이 발생합니다. 거래소나 해당 기업에서 일부러 주가를 임의로 낮추는 것이 아니고, 배당권리를 확보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려고 몰리는 바람에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데 이를 배당락이라고 부릅니다.
 
배당락 즉 주가 하락이 어느 정도로 일어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배당락은커녕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당금을 받을 권리를 확보한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회사가 지급하기로 한 배당금 또는 예상되는 배당금보다 더 많이 하락한 가격에 팔면 손해이기 때문에 그보다는 덜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긴 한데 이것도 종목에 따라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분명한 것은, 해당 기업이 배당금 외에도 기대할 것이 있을 때 배당락의 영향이 크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성장성이 우량한 종목들은 배당락이 이뤄지는 날에도 굳건합니다. 
 
반대로 기대할 만한 구석이 별로 없는 종목, 성장성이 낮은 종목, 볼 게 배당밖에 없는 종목 등은 배당락이 큽니다. 또 배당락 후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기간도 긴 편입니다. 해당 기업의 가장 큰 호재는 사라졌고 1년 후에나 다시 발생할 테니까요. 현재 서울보증보험은 후자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실적은 급감했고, 사업모델 특성상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거의 전부를 배당재원으로 쓰는 기업에게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공모주 투자자들은 이미 주가 상승으로 38% 차익이 났고, 배당금도 11%나 챙길 수 있어 주식을 팔고 싶은 유인이 큽니다. 주식을 계속 보유하기보단 배당락을 전후해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구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서울보증보험 공모에 나섰던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지분율 83.85%)가 시장 상황을 보면서 2027년 말까지 추가로 지분을 매도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뒤늦게 서울보증보험 주식을 매수해 배당금을 노리는 것보다는, 배당락 후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을 때 매수해 내년 배당시즌을 노리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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