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 상위 5순위 주요 식품. (사진=한국영양학회지)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최근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중·장년층과 노인층에서 초가공식품 섭취가 에너지 및 영양소 섭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초가공식품 섭취가 높은 그룹에서는 총에너지 및 지방 섭취가 증가한 반면, 비타민 A, 비타민 C, 엽산 등의 필수 영양소 섭취는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향료, 색소, 식감 개선제, 기타 첨가물 등 식품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조리/가열 식품으로, 거의 또는 완전히 가공된 식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영양가가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고소득 국가의 식량 공급을 지배하고 있으며, 중소득 국가에서도 소비가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영양조사(NHANES)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경우 초가공식품 섭취가 일일 에너지 섭취량의 57%를 차지하고, 청소년의 경우 67%를 차지합니다.
단국대학교 김기랑 교수 연구팀이 <한국영양학회지> 2월호에 발표한 논문 ‘한국 중·장년 및 노인에서 연령별 초가공식품 섭취 현황과 주요 기여 식품 분석: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9년) 데이터 활용’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초가공식품 섭취 패턴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령별 초가공식품 중 칼로리 기여율이 높은 상위 5순위 식품을 분석한 결과 중·장년층에서는 소주(14.2%)가 가장 높은 칼로리 기여율을 보였으며, 국수(10.7%)와 빵(8.9%)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노인층에서는 국수(16.3%), 떡(10.6%), 크림과 설탕이 첨가된 커피(10.3%)가 주요 초가공식품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반적으로 상위 5순위 식품의 누적 비율은 칼로리 기여율의 50%에 가까웠습니다.
연령대별로 각 식품군 내에서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한 상위 5순위 주요 식품을 분석한 결과는 모든 연령대에서 국수가 1순위였습니다. 다음으로 누적 비율이 높았던 식품군은 중·장년과 노인에서는 곡류를 제외하고 주류, 음료류 순이었으며, 초고령 노인에서는 음료류, 주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류는 모든 연령대에서 소주의 기여율이 가장 높았으며, 음료류에서 가장 많은 기여율을 나타낸 식품은 크림과 설탕을 첨가한 커피로, 연령대 중 초고령 노인에서 13.4%로 가장 높은 기여율을 보였습니다.
모든 연령대에서 초가공식품 섭취 수준이 높은 그룹은 에너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질의 섭취가 모두 높았고, 이는 초가공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집단보다도 더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일반적으로 식단에 불균형적으로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정제된 탄수화물을 과다하게 공급하며, 동시에 섬유소 섭취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양가가 낮은 것 외에도 초가공식품은 가공 과정에서 형성되는 첨가물이나 오염 물질과 같은 유해 물질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이 과체중/비만, 심혈관질환, 제2형 당뇨병, 대장암과 같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 연구들도 초가공식품 섭취와 건강 간의 연관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가 높은 사람들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4% 증가하며, 특히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8%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3월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BMJ>에 발표된 ‘초가공식품 섭취와 모든 원인과 원인에 따른 특정 사망률의 연관성: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Association of ultra-processed food consumption with all cause and cause specific mortality: population based cohort study)’에 따르면 34년 동안의 추적조사 기간 중 초가공식품 섭취량을 분기별로 구분하여 참가자들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은 참가자들은 더 젊고, 신체 활동이 적으며, 흡연 가능성이 높고, 체질량 지수가 높으며, 알코올 섭취량과 과일, 채소, 통곡물 섭취량이 적고, AHEI(Alternative Healthy Eating Index, 식습관의 질과 만성질환 위험을 평가하는 도구로, 하버드대 T.H. Chan 공중 보건대학의 연구진이 개발한 지수) 점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중년기에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70대 이후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39세에서 69세 사이의 10만5000여명의 식습관을 분석한 결과, 지중해식 식단과 같은 건강한 식단을 따른 사람들이 70대에 만성질환 없이 건강하게 지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초가공식품의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로 식단 가이드라인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2025년 미국 식이 가이드라인 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연구 결과들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영양 불균형과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을 위해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한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단국대학교 김기랑 교수 연구팀은 "연령별로 초가공식품 섭취 유형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영양 불균형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라며 "만성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해 초가공식품 유형에 따른 선택적 섭취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