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탄핵 정국이 일단락됨에 따라, 연초부터 이어진 식품 업계의 릴레이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그간 주요 식음료 업체들은 국제 원재료 가격 인상, 고환율 여파를 이유로 들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한편으로는 정국 불안정을 틈타 연쇄적 가격 인상에 나서는 업계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 정상화가 기대되면서, 추후 식음료 업체들 역시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7일 통계청의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새 3.6% 상승하며 지난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오름폭을 기록했습니다. 아울러 외식 물가 상승률도 3%에 달했는데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1% 오른 점을 감안하면,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는 평균을 훨씬 웃돈 셈입니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의 경우 △김치 15.3% △커피 8.3% △빵 6.3% △햄 및 베이컨 6% 등의 상승률이 높았는데요. 공교롭게도 대부분 최근 기업들이 가격을 올린 품목들입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 3개월간 라면, 커피, 빵, 과자, 아이스크림, 햄버거 등 가공식품의 가격은 줄줄이 올랐는데요. 가격이 오르지 않은 품목은 물론,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은 식품 기업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이처럼 업체들은 가격 인상 행렬에 나서는 것에 대해 글로벌 식량 가격 상승세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 여파로 밀, 설탕 가격이 전방위로 오르니, 업계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인건비, 물류비 상승을 부추기는 고환율 장기화 흐름이 이어지는 점도 인상의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한다 해도 올 들어 식품 기업들의 비약적인 가격 인상 움직임은 분명 비상식적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탄핵 정국 장기화에 따른 사실상의 물가 안정 컨트롤타워 부재로 기업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는데요.
지난해 말 불법 비상계엄 사태 전만 해도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설라 치면, 정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물가 안정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업계에 지속적으로 전달해왔습니다. 그러나 탄핵 정국 이래 이 같은 시그널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의 가격 조정 부담이 한결 경감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파면 이후 관계 부처의 먹거리 가격 관리가 정상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가격 인상도 한층 주춤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곧 들어설 새로운 정부는 민생 안정의 핵심인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들이 시작부터 정부와 배치되는 선택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다음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면 식품 업체들 입장에서는 그간의 인상을 뒤로하고 눈치싸움에 돌입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들 기업이 국민 식생활을 책임지는 중요한 집단임을 감안한다면, 최근 고물가 시기에 추가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움직임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식품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