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티몬 오픈…고민 깊어지는 오아시스

인수 후 4개월 넘었지만…오픈 무기한 연기
외연 확장 취지 퇴색…고정비 누적도 부담
"M&A 움직임 찬물…관계 기관 전향적 자세 필요"

입력 : 2025-11-07 오후 3:20:35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의 오픈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를 인수한 오아시스마켓(오아시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배송 전문 기업인 오아시스는 올해 중순 티몬을 품을 때까지만 해도 티몬의 기존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본격적인 외연 확장을 기대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미정산 사태의 부정적 그림자가 오랜 기간 드리워지며 카드사들이 협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티몬 재개를 기약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의 리오픈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티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의 경우 모두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인데요. 이에 오아시스 관계자는 "티몬 리오픈의 일정과 관련해 구체적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무기한 연기 중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6월 오아시스는 티몬의 인수를 확정하고 8월11일 리오픈 일정을 계획했지만 기업회생절차가 종결되지 않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후 8월22일 회생절차 종결로 다시금 9월10일 리오픈을 공지했지만, 이 역시 불발돼 현재에 이르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무기한 연기의 근본적 원인은 카드사들이 공동 결제망 제공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에 따른 미정산 피해 호소 사례가 속출한 데다, 0.76%에 불과한 낮은 변제율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카드사들이 협력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건데요. 피해자들의 반발, 민원 지속에 따른 티몬의 브랜드 가치 하락이 전반적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당초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겁니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배송이라는 전문 영역을 개척했지만 규모가 작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 만큼, 외연을 넓히고자 티몬을 인수했습니다. 
 
이에 티몬의 강점이었던 기존 오픈 마켓 비즈니스를 다시금 활성화하고, 티몬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빠른 배송을 접목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 바 있는데요. 하지만 티몬의 리오픈을 확신할 수 없게 되면서 이 같은 계획은 좀처럼 현실화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오픈 지연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도 문제입니다. 오아시스는 이미 지난 6월 티몬을 약 116억원에 인수했고, 물류 확대 등을 위해 5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까지 계획한 바 있는데요. 여기에 티몬 오픈 지연에 따른 인건비 등 고정비 출혈까지 더해지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큰 미정산 피해자들의 반감이 전반적으로 티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는 오아시스의 예상 밖이었을 것"이라며 "티몬이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고정비는 모조리 적자로 전환된다. 내실 경영을 강조해온 오아시스 입장에서 장기간 좌시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아시스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티몬을 인수한 것이다. 엄밀히 말해 미정산 사태는 티몬이 큐텐 산하에 있을 때 발생한 이벤트"라며 "현재 오아시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가 추후 유통업계를 넘어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시도에 제한을 거는 나쁜 전례로 남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 카드사가 이번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티몬 건물 간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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