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봄철을 맞이해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줄인상에 나서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오랜 기간 누적된 데다,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한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한층 가중될 전망인데요. 이처럼 가공식품 및 외식 메뉴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정부는 업계를 향해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제 식재료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 여파가 더해져 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지= 뉴스토마토)
4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이달 1일 빵과 케이크 110여종의 가격을 약 5% 인상했습니다. 이로 인해 '데일리우유식빵'은 3600원, '단팥빵'은 1900원으로 모두 100원씩 올랐습니다. 앞서 지난달에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던킨이 제품 가격을 약 6%씩 높였습니다. 삼립의 경우 '포켓몬빵'과 '보름달' 등 주요 빵류 가격을 100원씩 인상했습니다.
음료·주류업계에서는 지난 1일 웅진식품이 '하늘보리(500㎖)' 등 차음료 제품 가격을 10% 올렸고, '자연은' 시리즈와 '초록매실(500㎖)' 제품 가격을 9.3% 높였습니다. 또 같은 날 롯데아사히주류는 맥주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습니다. 편의점 기준으로 아사히 '수퍼드라이' 캔제품(500㎖)은 400원 오른 4900원, 병제품(640㎖)은 900원 인상된 5400원에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이 밖에 이달 1일 빙그레는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과 커피, 음료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식품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정부는 업체들을 향해 물가 안정 기조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식품사 17곳 대표·임원들을 만나며 "식품업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어려운 때를 다 같이 극복한다는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글로벌 식량 가격 및 환율 급등이 문제
문제는 이 같은 정부의 당부에도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행렬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업체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눈치싸움 끝에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는 측면도 있지만,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 여파로 밀, 설탕, 커피 원두 등의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1월 곡물가격지수는 0.3% 상승한 111.7로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고환율 고착화도 식품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는데요.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 안팎 수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1300원대 초반 수준에 불과했던 지난해 9월 대비 100원 이상 높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재료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인데요. 고환율 여파가 더해지면 이들 원재료를 필요로 하는 먹거리의 연쇄 가격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업계의 가격 인상 요인이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압력으로 유지됐던 가격이 지금 풀리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며 "최근 업계 움직임이 갑작스럽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전쟁도 업계 가격 인상에 한몫하고 있다"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가격 인상을 통해 이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식품 매대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