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의 친구들', 경북 산불 지역서 동물 187마리 구했다

안동서 동물복지상황실 설치·운영…행정기관 핫라인 구축
구조·구호 활동에 수의료진 100여명, 봉사자 200여명 참여
반려동물동반피난법 제정운동…온라인서 시민 2천명 서명

입력 : 2025-04-08 오후 12:32:25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동물보호단체 연대 단체인 '루시의 친구들'이 경북 안동 산불 피해 지역에서 187마리의 동물을 구조했습니다. 루시의 친구들은 이번 구조·구호 활동을 계기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람과 동물이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반려동물 동반 피난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루시의 친구들은 경북 산불 피해 지역에서 화상이나 탈진·유실 등 위기에 처한 반려동물과 농장 동물 187마리를 구조하고 지난 6일자로 구조·구호 활동을 마쳤습니다. 구조된 동물 중 보호자가 있는 경우엔 치료 후 인계될 예정입니다.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를 미처 찾지 못한 동물은 입양이 추진됩니다.
 
루시의 친구들은 경북에서 산불이 발생한 직후 긴급현장대응팀을 구성했습니다. 이후 안동시에 동물긴급진료소를 마련, 구조된 동물들을 치료하고 보호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또 안동체육관 종합합동상황실 안에 '동물복지상황실'을 설치, 동물보호단체와 행정기관 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실시간 구조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루시의 친구들에 따르면, 동물복지상황실은 농림축산식품부·경북도청·안동시청 등과 함께 협업한 민관 협력의 모범 사례이기도 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연대체 '루시의 친구들'이 6일 경북 안동 산불 피해 지역에서 동물 구조와 구호 활동을 마무리했다. (사진=루시의 친구들)
 
루시의 친구들에 따르면, 이번 구조·구호 활동엔 수의료진 100여명, 자원봉사자 200여명, 기업 20여개가 힘을 보탰습니다. △국경없는수의사회 △경기도수의사회 △대한수의사회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서울시수의사회 △한국피부임상학회 등 수의계의 현장 진료·자문·지원도 있었습니다. 40곳에 이르는 대학 동물병원, 24시 동물의료센터 등도 동물 입원과 중증외상 치료를 도왔습니다. 정부도 응급 처치에 필요한 약품을 지원했습니다. 시민 300여명은 온라인으로 구조·구호가 필요한 동물을 제보했습니다.  
 
경북 산불 피해 지역에서 활동을 마친 루시의 친구들은 이번 구조·구호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특히 사람과 동물이 함께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마당개 중성화, 방사 후 청정 지역 조성 △사육 환경 개선 △동물 등록 확대 △길고양이 급식소, 중성화 지원 등을 하기로 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8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불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주인이) 마음이 있더라도 대부분 동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 현실이 그렇다"면서 "저희가 환경 개선을 도와서 목줄이라도 더 길고 튼튼하고 풀어주기 쉬운 것으로 (바꿔서) 대피할 때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개집도 놔주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산불이 났을 때 동물을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데 가장 필요한 건 동물 등록 내장칩"이라며 "개체 관리를 위해 중성화 수술도 세트로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루시의 친구들은 재난 때 사람과 동물이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반려동물 동반 대피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입법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에는 2000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카라 관계자는 "현재 행정안전부 지침상 반려동물은 대피소에 못 들어간다"며 "이번 화재에서도 견주가 '진돗개가 대피소에 못 가니까 (나도) 대피소를 못 가겠다'고 연락을 한 사례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동반 대피 공간, 관련 가이드라인과 지침들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줘야 안전하게 (사람과 동물이) 다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루시의 친구들 관계자도 "재난 속에서도 동물은 공동체의 일원이며, 이들의 생명을 함께 지켜내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라며 "이번 활동을 계기로 반려동물 동반 대피 제도, 재난 대응 동물보호 매뉴얼 마련, 그리고 반려동물 동반 피난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루시의 친구들은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도로시지켜줄개, 코리안독스, KK9레스큐, TBT레스큐 등이 함께하는 동물보호단체 연대 단체입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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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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