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세 무풍지대로…한전·제약·통신에 몰렸다

내수·방어주에 자금 집중…제약·바이오도 수혜
반도체·자동차 등 관세 민감주, 외국인 매도 세게 맞아

입력 : 2025-04-09 오후 5:26:01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여파로 증시가 연일 출렁이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종목을 대거 매도하고 내수 및 방산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관세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종목들이 방어주로서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국전력(015760) 주식을 249억원 규모로 순매수했습니다. 코스피 전체에서 순매수 규모 2위입니다. 같은 기간 한국전력 주가는 3.9% 상승했습니다. 큰 폭의 상승은 아니지만 코스피가 같은 기간 6% 가까이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뚜렷한 방어력을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코스피가 5.57% 크게 급락한 지난 7일에도 한국전력은 2.05% 상승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유일한 종목이었습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저유가와 전기요금이 유지될 경우 2026년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될 수 있다"며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4조1600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인프라 관련 종목에도 외국인 매수가 유입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297억원어치 순매수했습니다. 원전 정책에 대한 기대가 부각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산일전기(062040)(206억원)와 일진전기(103590)(92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됐습니다.
 
내수 소비주 중에서는 K뷰티·미용기기 기업인 에이피알(278470)에 57억원의 순매수가 몰리며 외국인이 편애한 종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미국 매출 비중이 낮은 상태에서 중국 의료관광 수혜가 기대된다"며 "화장품 업종보다 실적 가시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미용·의료기기를 최선호 업종으로, 화장품은 차선호 업종으로 권고했습니다.
 
제약·바이오도 관세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난 3일 미국은 한국에 약 25%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지만 의약품은 여기에서 제외해 관련 업계가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추가적인 품목별 관세 부과 가능성이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파미셀(005690)(78억원)과 한올바이오파마(009420)(77억원)가 외국인 매수 대열에 포함됐습니다.
 
통신 3사도 관세와 무관한 내수 기반 업종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텔레콤(017670)을 99억원, LG유플러스(032640)는 약 6000만원 순매수했습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1억원 미만이었지만 순매수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KT(030200)의 경우 8일까지 순매수를 이어갔으나 9일 1400만원가량 순매도로 돌아섰습니다. 통신주들은 고정적인 수익 구조와 높은 배당 성향 덕분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방어주로서 존재감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방어력이 강한 통신주들도 9일부터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시장은 향후 3~4년간 기술 변화가 없어 매출은 늘고 비용은 통제되는 구조"라며 "5G 감가상각 구간 진입, 인건비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양호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달리 관세 민감 업종엔 외국인들의 포화가 집중됐습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SK하이닉스(000660)를 2조4855억원, 삼성전자(005930)를 1조8699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며 반도체 업종에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현대차(005380)(4200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2536억원), 기아(000270)(1285억원), LG전자(066570)(1147억원) 등에도 매도가 집중됐습니다. 관세 노출도가 높거나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일수록 외국인의 이탈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입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내수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며 "내수주를 매수하거나 관세 이슈로 과도하게 하락한 수출 피해주를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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