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2022년 2월3일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물었을 때, 윤 후보가 망설임도 없이 “그게 뭐죠?”라고 되물었던 것을. 이윽고 ‘한국 택소노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EU(유럽연합)…뭐죠?”라며 반문했던 것을. 기후환경이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임에도 전혀 공부가 안 된 윤 후보의 무식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가 지금도 모르고 있을지 모르는 ‘RE100’은, 글로벌 기업들이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를 100% 활용하기로 한 자발적 약속’을 뜻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428개(국내 기업 36개)에 이른다. 자발적 형식을 띄지만 이행하지 않으면 수출길부터 막히는 ‘글로벌 스탠다드’다. 역시나 그가 지금도 모르고 있을 거 같은 ‘택소노미’는, EU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의 기준 정립을 위해 제정한 녹색분류체계를 말한다.
이날 지인은 “알이백이 진로이즈백인 줄 알았나 보지?”라고 우스개를 날렸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라지만, 유력한 대선후보의 부끄러움 없는 무지를 거듭 확인하는 일은 불길했다.
그 불길함은 3년여 만에 현실이 됐다. <뉴스토마토>가 9일 보도한 기획 ‘RE100, 길을 잃다’를 보면, 국내 주요 산업 부문별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 같이 전력 사용량이 압도적인 분야는 0~2%대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 2월4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전날 토론회에서 RE100에 대해서 몰랐다는 것에 대해 해명을 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갈무리)
업계라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RE100을 이행하기에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당장 재생에너지를 구매해 쓰려 해도 비용이 천문학적이라 정부 지원이 없다면 RE100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인프라도 지원도 없는데 비싼 돈 들여가며 이를 이행할 기업은 없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은 42.9%나 줄었다.
결국 이 모든 게 RE100이 뭔지도 모르는 후보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대가인 셈이다. 이제 우리에겐 RE100의 중요성과 무지함의 위험성을 새삼 일깨우고 파면된 윤석열이 재생에너지로 불 밝힌 교도소에서 2050년을 맞도록 만드는 일만 남았다.
오승훈 산업1부장 grantorin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