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정제마진 동반하락…정유업계 긴장모드

4년 만에 WTI 60달러선 붕괴
정유업계 실적 전망도 ‘먹구름’
캐나다 원유 수입 기대감 줄어

입력 : 2025-04-10 오후 2:39:13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국제유가가 60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4년 만입니다. 미국이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 에너지 제품을 제외하면서 캐나다산 원유 등을 수입해 반사이익을 누리려 했던 정유업계의 기대감도 잦아드는 모습입니다.
 
미 텍사스주 골드스미스 인근 유정의 원유시추시설. (사진=뉴시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단기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일(현지시각) 종가 기준 배럴당 59.1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WTI 선물 가격이 6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뺀 모든 국가의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발표하면서 WTI 선물 가격은 61.82달러로 올랐습니다. 하루 만에 60달러선을 회복한 것입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한 이유는 글로벌 관세 전쟁 격화로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전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유가 변동폭을 키우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원유 가격 하락으로 원가 절감을 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품 수요가 늘지 않으면 악재로 작용합니다. 오히려 이전에 쌓아둔 재고의 가치가 떨어져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커집니다.
 
정유업계의 수익 바로미터인 정제마진도 하락세입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1달러를 기록했습니다. 3월 첫째 주의 8.7달러 대비 4주 연속 떨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상 수요 둔화로 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폭이 원유 가격의 하락폭보다 큽니다.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기까지 한 달쯤의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비싸게 사들인 원유를 정제해 싼값에 판매할 상황에 놓인 셈입니다.
 
이에 업계의 향후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시각각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고, 유가가 급락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밝혔습니다.
 
여기에 미국이 에너지 제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캐나다산 원유 도입으로 원가 절감·공급처 확대를 노리던 정유업계의 기대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캐나다 원유 업계가 아시아를 포함한 새로운 수출 활로를 모색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캐나다산 원유 도입은 여전히 고려할 법한 요소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캐나다산 원유가 수지타산이 맞다면 수입은 여전히 유효한 카드”라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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