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제주맥주, 자기자본 뛰어넘는 VC 인수…왜?

주류산업 침체에 VC·폐기물처리로 사업 다각화
한울그룹 인수된 후 자회사로서 시너지 창출 집중

입력 : 2025-04-15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17:4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수제 맥주 제조업체 제주맥주(276730)가 최근 벤처캐피털(VC) 업체인 케이아이비벤처스를 105억원에 인수해 눈길을 끈다. 자기자본 83억원을 뛰어넘는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최대주주인 한울반도체(320000)로부터 자금을 조달 받아 인수를 마쳤다. 제주맥주는 앞서 카스피안캐피탈을 운영한 바 있으나, 최근에는 사업 분야를 더욱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전기·전자 제품 제조업과 생활폐기물처리 대행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주류산업이 침체를 맞은 가운데 최근 최대주주가 한울반도체로 손바뀜되면서 한울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의 중장기 성장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주맥주)
 
폐기물처리 대행업부터 벤처캐피털까지 확장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제주맥주는 케이아이비벤처스의 주식 200만주(지분 100%)를 현금 105억원에 인수했다. 자기자본 83억원 대비 126.52% 많은 양수금액이었으나, 제주맥주가 최대주주 한울반도체를 대상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확보한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활용해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이후 해당 비용은 비유동자산으로 환입, 자산 등 별도기준 상의 재무정보 변동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부채총계에서 자본총계를 나눈 부채비율도 295.11%를 유지했다.

자산양수도 전 금액은 지난해 별도기준.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주맥주는 이번 인수 목적을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수익 다변화'라고 밝혔다. 케이아이비벤처스는 지난 2023년 4월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된 벤처캐피털(VC) 회사로, 현재 기업가치는 72억원에서 12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번 인수를 위해 제주맥주는 케이아이비벤처스 최대주주인 장영환씨에게 76억원, 케이아이비솔루션에 11억9000만원을 지급했다. 케이아이비솔루션 역시 장씨가 주식 100만주(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소프트웨어 개발과 공급 등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외에 김동식 케이아이비벤처스 대표이사에게 1억1000만원, 주주 유래경, 한광수씨에게 각각 10억500만원, 5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제주맥주가 벤처캐피탈에 문을 두드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주맥주의 창업자이던 문혁기 전 제주맥주 대표는 지난 2021년 6월 카스피안캐피탈을 설립한 바 있다. 자금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기업을 발굴·투자함과 동시에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카스피안캐피탈은 지난해 4월9일 제주맥주의 재무구조 개선과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엠비에이치홀딩스에 약 60억원을 받고 양도됐다. 
 
이와 관련 제주맥주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최근 주류 산업 자체가 정체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냉동김밥 '올곧'에 지분투자하기도 했다"라며 "벤처캐피털의 경우 단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지만 향후 장기적인 성장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주류시장 침체에 한울그룹 자회사로서 시너지 집중
 
이 가운데 앞서 제주맥주는 지난달 말일 제주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사업목적 내용에 △전기·전자 제품 제조업 △반도체·전자 관련 화학재료 제조·판매업 △반도체 및 전자관련 기계 및 동 부품 제조 및 수출입업 △생활폐기물처리 대행업 △사업장폐기물, 폐유처리 재생 및 판매업 △폐기물 처리에 관한 기술의 연구·개발사업 등을 추가한 바 있다. 
 
급격한 사업 변화는 지난해 11월 한울반도체에 인수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침체기를 맞은 주류산업 대신 한울그룹 자회사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탈바꿈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사명도 한울제주맥주로 변경하며 한울그룹의 자회사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
 
앞서 제주맥주는 지난 2021년 5월26일 수제맥주 붐이 일면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 2019년 7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홈술 트렌드 등에 힘입어 2020년 216억원, 2021년 288억원으로 지속 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 풍도병화)이 본격화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 매출액은 240억원으로 떨어졌고, 2023년에는 217억원, 2024년에는 183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익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지난 2016년부터 지속적인 적자를 이어왔다. 이에 제주맥주는 상장 당시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시장 입성을 허용해 주는 성장성평가 특례상장 제도인 이른바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했다.
 
상장 당시에는 2021년 3월 말 설비를 증설하면서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분증권서를 통해 주장했지만, 2021년에도 영업손실은 72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22년 116억원, 2023년 104억원, 2024년 48억원로 적자가 지속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 결손금은 838억원이 누적된 상태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1년 62억원 순유출이 발생한 후 4년째 현금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영업활동으로 쓴 돈이 더 많다는 뜻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면 기업이 현재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지난해 11월 최대주주가 한울반도체로 손바뀜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맥주의 지분은 한울반도체가 24.18%, 더블에이치엠이 5.10%순으로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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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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