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이용대가엔 난색, 고정밀지도는 반출 요구…미 ICT 통상압박 '불평등'

미국 빅테크 트래픽 23년 42.6%…ISP 네트워크 투자 한계
인터넷 공공재화 우려…"국회 입법 서둘러야" 목소리
구글, 관광객 핑계로 고정밀 지도 반출 압박도
데이터 미국 정부 관할 우려…구글, 인식의 전환 필요

입력 : 2025-04-14 오후 5:35:23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디지털산업이 세계 경제 패권을 판가름 지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과 관련한 미국의 압박이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을 향해서는 해외 기업의 망이용대가 지불은 차별이라고 각을 세우는 중인데요. 안보 문제로 우리 정부가 수년전 거절한 바 있던 구글의 고정밀 지도데이터 반출 건도 요구사항에 더해졌습니다. 
 
다만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망이용대가와 관련, 미국의 주장과 달리 최근 초고속 네트워크망이 미래산업의 핵심 혈관으로 여겨지면서 테크기업들도 기반시설에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 중입니다. 고정밀 지도데이터 반출의 경우는 분단국가로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부분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차기 정부에서 한미 통상관계를 재정비해 각 사안을 엄중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유튜브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가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의 하루 평균 트래픽 현황을 살펴보면 구글은 2020년 국내 전체 트래픽의 25.9%를 차지한 이후 매해 트래픽을 늘리며 2023년에는 30.6%로 트래픽 점유율을 키웠습니다. 국내 유튜브 이용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에는 비중을 더 키웠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보유한 메타가 구글의 트래픽 점유율을 뒤따르고 있는데요. 2023년 이들의 트래픽 점유율 합은 42.6%입니다.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는 각각 2.9%, 1.1%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넷동영상 중심으로 콘텐츠가 확대되면서 소수의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 트래픽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전세계적 흐름입니다. 망 용량 증설로 통신사 투자 부담이 확대되면서 빅테크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난달 열린 MWC2025에서 영국 보다폰그룹은 "빅테크에게 콘텐츠를 최적화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남아시아·중동·북아프리카 지역 통신사업자협회도 망이용대가에 대해 "단순한 재정 문제가 아닌 지속 가능성과 공정성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보통신·방송미디어분야 중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무역장벽 보고서 검토' 자료에서 "빅테크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캐시서버의 무상설치, 망이용대가의 미수취 계약구조는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네트워크 증설에 대한 투자가 한계에 다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과도하게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가 적절한 비용을 분담해 ISP와 CP 간 상생 환경을 조성하도록 국회가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안 교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빅테크기업에 대한 망이용대가 의무화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해 우리 국회도 신속하게 입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상규 호서대 문화영상학부 교수도 최근 김우영 의원과 한국소통학회가 주최한 AI시대 대형 플랫폼 문제점 개선 토론회에서 "트래픽 발생량을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 구글의 적정 망이용대가가 2000억원에 이른다"며 "빅테크의 망무임승차는 가격신호를 왜곡해 인터넷을 공공재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구글 클라우드 부스. (사진=뉴스토마토)
 
구글의 고정밀 지도데이터 반출 요구도 국내를 향한 미국의 통상압박 중 하나입니다. 구글은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1대5000 이상의 대축적의 국내 고정밀 지도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또 USTR은 한국의 위치기반 데이터 반출 제한으로 해외 업체들이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구글은 2007년 국가정보원에 지도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고, 2010년과 2016년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공식적으로 승인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 안보 등의 이유로 1대2만5000 이상의 지도는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요. 구글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구글맵을 통해 서비스 제공을 받을 수 없어 불편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자사의 운영 방침상 세계 각국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보관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 중입니다. 
 
안정상 교수는 구글의 주장대로 고정밀 지도데이터가 반출될 경우 한국에 대한 미국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고, 안보에 악영향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미국 빅테크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를 사용해 데이터를 미국 빅테크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경우, 미국 정부는 타국 국민의 데이터라 할지라도 클라우드액트에 따라 접근 권한을 가지게 돼 우리의 정보 주권이 미국 정부의 관할권 아래에 놓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1대5000 이상 대축척 지도는 향후 군사작전, 공공기반 시설 보호 등의 정보전,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구글의 의지만 있다면 지도 데이터 반출 없이도 국내 관광에 대한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는데요. 그는 "국내 진출한 우버나 국내 스타트업들이 구글 지도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구글은 국내법에 근거해 국내 기업과 형평성에 맞는 규제를 적용 받는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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