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 경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장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적용되는 HBM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업체 간 HBM 역량에 따라 고착화됐던 D램 시장의 점유율이 변하는 등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 매너서스에 위치한 마이크론 제조 공장의 입구 표지판. (사진=뉴시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 만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2위였던 SK하이닉스(36%)가 사상 처음으로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34%)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메모리반도체가 공급된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순위가 뒤바뀐 것입니다. 3위는 마이크론(25%)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부터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한 뒤 3개월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 37% △SK하이닉스 35% △마이크론 21%로 SK하이닉스가 이미 삼성전자의 점유율에 근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쫓는 마이크론의 기세도 위협적입니다. 마이크론은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제품의 퀄(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고, 제품 양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앞서 마이크론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HBM3E 12단의 대량 양산을 시작했으며 용량과 수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HBM3E 12단이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에 이어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 공급하는 두 번째 메모리 업체가 됐습니다. 현재 마이크론이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 3위를 차지고 있지만 이번 결과로 올해 점유율 변동이 또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은 여전히 엔비디아 퀄테스트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일부 제품의 발열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부회장은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HBM3E 12단 제품 공급망에 합류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6세대 HBM인 ‘HBM4’ 개발에 역량을 쏟으며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시장을 장악한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HBM4 12단 제품 샘플을 계획보다 앞당겨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인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의 공급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6세대 HBM 개발 속도보다 안정적인 수율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