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포스코퓨처엠, 실적급락 속 끝없는 투자…유동성 '빨간불'

영업이익 98% 급감에도 1조원대 설비투자
낮은 주가·높은 지분율에 유상증자도 부담

입력 : 2025-04-21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1:0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이차전지 시장 침체 속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는 포스코퓨처엠(003670)이 ‘현금 창출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98%나 떨어진 상황 속에서도 연간 1조원이 넘는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며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이차전지 업계 전반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포스코퓨처엠 역시 유상증자 카드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낮은 주가와 높은 최대주주 지분율이라는 이중 부담 속에서 유상증자마저도 뾰족한 해법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포스코퓨처엠)
 
잉여현금흐름 1.4조원 적자…투자 부담 '가속'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약 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359억원) 대비 98% 감소한 실적을 거뒀다. 수익성이 떨어진 데 반해 투자는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조8104억원으로 전년(1조314억원) 대비 약 8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올해도 1조3000억~1조7000억원 수준의 자본적지출(CAPEX)이 계획돼 있어, 지속적인 현금 유출이 불가피하다. 실적은 개선되지 않은 채 투자만 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2023년 -1조8000억원,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그룹 리더십 변경에 따라 기존에 계획하고 있던 유상증자 대신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만기를 2054년 12월18일로 설정하고, 발행사의 선택에 따라 만기를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사채권자는 조기상환을 요구할 수 없으며, 이자 역시 발행사가 선택적으로 유예할 수 있어 형식적으로는 자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겉으로는 만기 없는 ‘영구채’지만, 실제로는 오래 끌고 가기 어려운 구조다. 2032년부터 이자율이 매년 0.75%포인트씩 계속 오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자 부담이 커진다. 이런 구조 때문에 사실상 정해진 만기가 있는 채권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등이 겹치며 이차전지 시장 회복도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삼성SDI(006400) 역시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포스코퓨처엠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상증자 해도 문제…주주가치 희석 '우려'
 
반면 포스코퓨처엠의 유상증자 단행이 쉽지만은 않다는 전망도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현재 주가(12만원대)가 2년 전 최고점(59만8000원)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낮으면 동일한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해야하므로 기존 주식의 가치가 희석된다.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일반 주주들이 크게 반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지분율(59.7%)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주주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그룹이 추가 자금 부담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 유상증자 사례에서 주주 반발이 커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세웠지만, 시장 반발로 2조3000억원으로 줄였고, 삼성SDI(006400) 역시 2조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포스코퓨처엠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조 단위 설비 투자 집행이 재무건전성을 훼손하는 위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포스코퓨처엠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느냐에 따라 중장기 성장성과 재무안정성 모두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원천의 자금조달 방식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의 자금조달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약 회사가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재무개선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주주가치 희석으로 인한 기존 주주의 반발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중대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포스코그룹은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생산 계획을 지난해 수정한 바 있다. 그룹은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생산 목표를 △올해 39만5000톤→34만5000톤으로 △2026년 44만5000톤→39만5000톤으로 낮췄으며 음극재는 △올해 13만4000톤→9만4000톤 △2026년 22만1000톤→11만4000톤으로 줄이기로 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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