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큐리언트, 반복되는 유상증자 '늪'…텔라세벡으로 탈출 가능할까

매출 대비 막대한 연구개발비에 적자 지속
반복되는 유증에 R&D 성과 도출 절실
결핵 치료제 '텔라세벡' 허가로 탈출구 관심

입력 : 2025-04-22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6:13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의약품 연구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는 큐리언트(115180)가 막대한 연구개발비용 탓에 반복되는 유상증자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캐시 런웨이는 2년 남짓으로 새로운 돌파구 모색까지 남아 있는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 않다. 이에 허가 시점이 내년으로 예상되는 '텔라세벡'이 유상증자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텔라세벡 (사진=큐리언트)
 
최근 3년간 유상증자 조달 금액 572억원…순자산의 95% 규모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큐리언트의 80억원 규모 동구바이오제약 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됐다. 회사는 파이프라인 연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에 해당 자금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큐리언트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을 외부에서 들여와 임상시험, 상용화 등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NDRO(비연구개발전문)' 기업이다. 회사의 연간 매출액은 2022년 85억원, 2023년 90억원, 2024년 92억원으로 9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아직 매출의 대부분은 의약품 유통사업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판매관리비 지출 규모는 2022년 293억원, 2023년 232억원, 2024년 288억원으로 집계됐다. 판관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경상연구개발비이며,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2년 197억원, 2023년 169억원, 2024년 20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2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매출을 상회하는 비용이 발생하면서 큐리언트는 매년 영업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는 5년째 200억원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속되는 적자에 결손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069억원까지 불어났다. 또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에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어 유상증자를 비롯한 외부 자금조달이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 3년간 회사의 외부 자금 조달 내역을 살펴보면 큐리언트는 지난 2023년 12월 252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2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했다. 지난해 5월에는 동구바이오제약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제3자배정 유증을 통해 135억원을 조달했고, 같은 해 7월에는 유암코키스톤구조혁신기업재무안정성사모투자합자회사와 아시아경제를 대상으로 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도 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수혈이 이어지면서 3년간 유상증자로만 총 572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순자산의 95.12%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최대주주 동구바이오제약이 지난 1년동안 큐리언트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240억원에 달한다. 추가적인 매출 확보 없이 예년과 같은 규모의 연구개발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향후 추가적인 유상증자 추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추가 유상증자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동구바이오제약의 유상증자 케이스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동구바이오제약 측에서 큐리언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자금을 투여하면서 지분을 모으고 싶어했던 기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복되는 유증으로 재무 구조 개선…당면 과제는 성과 도출
 
잇단 유상증자로 자본 확충이 이어지면서 회사의 재무구조는 아직 견실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큐리언트의 총자산 656억원 가운데 순자산은 602억원에 달한다. 같은 시점에서 부채비율은 8.9%로 안정적이며, 유동비율은 1009.59%로 유동성도 풍부하다. 다만, 유상증자를 통해 개선된 재무구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만큼의 실질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93억원(현금 및 현금성 자산 150억원+기타유동금융자산 343억원)이다. 이는 통상 10억원대 매출총이익과 200억원 후반대의 판관비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계산했을 때 2년치 규모에 불과하다. 회사의 당면 과제인 수익성 제고를 이뤄내기까지 부여된 시간적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의미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2년 정도 진행할 수 있는 캐시 런웨이가 내부에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가지고 있는 캐시로 임상 비용 충당을 영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기술이전 등을 앞두고 있는 만큼 그것이 소진되기 이전에 캐시플로우를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큐리언트의 새로운 돌파구는 가장 빠른 개발 진척도를 보이는 '텔라세벡'이 될 가능성이 높다. 텔라세벡은 결핵, 부룰리궤양, 한센병 치료를 목표로 하는 항생제 신약 후보물질이다. 회사는 지난 2023년 결핵 치료제 개발 국제기구인 'TB Alliance'에 기술이전해 성과를 얻어낸 경험도 있다.
 
큐리언트는 임상2a상에서 텔라세벡의 항 결핵 효능을 확인했으며, 현재 TB얼라이언스가 임상기간이 결핵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부룰리궤양을 대상으로 허가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텔라세벡이 미국 FDA 신약 허가를 획득할 시 발급되는 우선검토권(PRV)의 수취 권리는 큐리언트가 보유하고 있다. PRV는 FDA의 신약 심사 기간을 6개월 단축할 수 있는 바우처로, 최근 미국 제약사 아카디아 파마슈티컬스는 이를 약 1억5천만 달러, 한화 약 2천억원에 매도한 사례가 있다.
 
개발 일정을 고려할 때 텔라세벡은 2026년 이후에 부룰리궤양에 대해 FDA 승인을 취득, 그 해 연말께 PRV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큐리언트가 확보한 수익성 개선 기한과 맞물리는 시점인 만큼 회사는 TB얼라이언스가 성공적으로 허가 임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2026년 말에 PRV를 받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PRV는 거래가 잘 되는 아이템이고, PRV 공급이 지난해 말 일몰돼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며 "만약 텔라세벡 허가 전에 캐시플로우가 생겨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보유하고 있을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회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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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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