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S 시장 잡아라”…K-조선, CO2운반선 경쟁

HD현대, 2만2000㎥급 운반선 진수
CCS 시장 확대로 LCO2 수요 확대
“LCO2용 강재 개발 함께 이뤄져야”

입력 : 2025-04-21 오후 3:52:59
[뉴스토마토 박창욱·이명신 기자] 글로벌 탄소포집·저장(CCS)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LCO2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조선사들의 시장 선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HD현대미포가 진수한 세계 최대 2만2천 세제곱미터(㎥)급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사진=HD현대미포).
 
2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가 LCO2 운반선을 진수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HD현대 조선 계열사인 HD현대미포는 최근 울산 본사에서 2만2000세제곱미터(㎥)급 LCO2 운반선에 대한 진수식을 열었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로 기존에 상용화된 LCO2 운반선은 7500㎥급이었습니다.
 
이 선박은 HD현대가 그리스 캐피탈 클린 에너지 캐리어사로부터 수주한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4척 중 첫 번째 선박입니다. 나머지 선박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입니다. 선박은 영하 55도 가량의 저온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바이로브형 저장탱크’ 3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액화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액화석유가스(LPG), 암모니아(NH₃) 등 다양한 액화가스화물을 안정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LCO2 운반선의 수요는 CCS 시장 확대에 맞물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50년까지 연간 6기가톤(GT) 이상의 탄소를 포집·저장해야 하는데, 이 중 20%는 해상 운송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CCS 연구소는 오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CO2 운송·저장 프로젝트 수가 2020~2025년 대비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는 2050년까지 약 2500척의 LCO2 운반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도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4만㎥급 대형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에 대한 기본승인(AIP)을 미 선급협회(ABS)로부터 획득했습니다. ABS는 세계 4대 선급 중 하나입니다. 한화오션은 ABS를 비롯해 그리스의 에코로그, 스코틀랜드의 밥콕LGE와 함께 4만㎥급 대형 LCO2운반선 개발을 위한 4자간 업무 협약(JIP)도 맺었습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2022년 4만㎥급 LCO2 운반선 개념설계를 마쳤습니다. 이후 미국 ABS선급, 노르웨이 DNV에 이어 한국선급으로부터 기술 인증을 모두 획득했습니다. 2023년에는 래티스테크놀로지사와 격자형 압력탱크 기술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격자형 압력탱크는 기존 실린더형이나 구형으로만 가능했던 고압력 탱크를 직육면체 박스형 등 원하는 형태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공간 배치 효율성이 높고, 압력용기 사이즈가 커져도 재료의 두께가 유지돼 대형화에 유리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이를 활용해 저장 용량은 키우고 비용은 낮춘 새로운 LCO2 운반선 및 부유식 이산화탄소 저장설비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친환경 선박의 개발이 지속되고 있는데, LCO2 운반선의 수요도 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탄소포집, 해저 탄소 저장 등 활용처도 많은 편”이라 했습니다.
 
LCO2 운반선과 LNG 운반선이 기술적으로 유사한 만큼 LNG용 강재보다 저렴한 LCO2용 강재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LCO2 운반선은 LNG 운반선과 유사해 국내 조선사들이 LCO2 운반선을 생산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LCO2 운반선용 강재 등 철강사들의 개발도 함께 필요한 상황“이라 했습니다.
 
박창욱·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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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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