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DB손보, 다올투자증권 2대주주로…'전략적 행보' 촉각

DB손보, 다올투자증권 지분 인수로 2대주주 등극
부동산 PF 역량 활용해 자산운용 수익 극대화 목표
적대적 M&A 대신 합자회사 설립 가능성 주목

입력 : 2025-04-24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18: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DB손해보험(005830)다올투자증권(030210)의 2대주주에 올라서면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DB손보 측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지만 DB금융그룹이 투자은행(IB)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이뤄진 만큼 업계에서는 전략적 판단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끝, DB손해보험 전략적 지분 인수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다올투자증권 지분 9.73%를 블록딜(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DB손해보험은 전체지분 25.18%를 보유한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에 이 2대주주로 올라섰다.
 
(사진= DB손해보험, 다올투자증권)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인 투자자가 다올투자증권 주식 591만68주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개인 투자자가 591만68주(9.7%)를 매도했으며, 이 정도 물량을 보유한 주주는 김기수 전 대표뿐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 대표는 2023년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당시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폭락하자 지분 14.34%를 매입해 2대 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같은 해 11월 다올투자증권 경영진에 회계장부 열람 요구와 이병철 회장의 성과보수 삭감, 자본 확충, 차등 배당 등을 요구하며 경영에 간섭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김 대표 측 주주 제안이 소액주주들로부터 외면 받으면서 결과적으로 경영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김 대표는 ▲차등적 현금 배당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 ▲자회사 매각 등을 담은 권고적 주주제안을 제출했지만 약 26%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DB금융의 전통 IB 확장, 한계는 '규모'
 
DB손해보험은 이번 인수 금액으로 주당 3900원, 총 231억여 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다올투자증권의 주당 거래가격은 23일 기준 3400원대 중반에서 거래 중으로 결과적으로 웃돈을 주고 산 꼴이 됐다. DB손보는 이와 관련 단순한 일반 투자 목적임을 공시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밝혔다. 부동산 PF에 강점을 지닌 다올투자증권과의 사업 연계를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라는 설명이다.
 
DB손보 관계자는 "경영권 확보와 관계없이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위해 지분 인수를 결정했다"라며 "부동산 분야에 특화된 다올투자증권의 고수익 대체투자 발굴 노하우와 DB손해보험의 운용채널 특화된 대체투자 능력을 활용해 자산운용수익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DB손보와 별개로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3년 62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에는 749억원으로 더 늘었다. 순손실 규모도 커져 같은 기간 114억원에서 455억원까지 확대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PF 사업성 평가 기준 강화로 인해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다.
 
DB손보의 지분 확보로 시선은 자연스럽게 DB금융그룹의 증권사인 DB(012030)증권에 옮겨가고 있다. 최대주주는 지분 25.08%를 보유 중인 DB손해보험이다.
 
DB증권도 이전 저금리 시기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IB를 확대해오다 최근 전통IB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지난해 스튜디오삼익과 케이엔알시스템에 이어 올해도 아스테라시스의 의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채권발행시장(DCM)에서도 대한항공(003490)한화솔루션(009830)의 채권 발행을 주관하고 4985억원 규모 회사채를 인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부동산 PF에 치중된 다올투자증권과 달리 DB증권은 수익성이 안정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19억원, 당기순이익 52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2023년 영업손실 620억원, 당기순손실 114억원, 2024년 영업손실 755억원, 당기순손실 454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 신세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 다각화에 의한 수익성 확보에도 규모의 한계는 DB증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그룹 차원 지원이 어느 정도 뒷받침을 하고 있지만 중소형 증권사로서 자본규모에 따른 한계는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이예리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DB증권의 경우 중소형 증권사임에도 불구하고 DB금융그룹 영업망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다각화를 이뤘고 이는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졌다”라면서도 “주식자본시장(ECM)과 채권자본시장(DCM) 거래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확대하기엔 규모의 한계가 있다”라고 분석했다.
 
DB증권과 다올, ‘합병론’ 대신 ‘합자모델’ 부상
 

증권업계는 고금리 이후 자본 규모에 따른 빈부격차가 심화되며 중소형 증권사의 생존 전략으로 합병을 주목한다. 이번 건도 마찬가지다. 두 중형 증권사의 사업 협력뿐만 아니라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전망케 한다.

 
2024년 기준 DB증권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9424억원이고 다올투자증권은 7011억원이다. 이를 더하면 1조6435억원으로 증권업계 12위인 한화투자증권(003530) 1조706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실제 중소형 증권사 간 합병은 효과적인 생존 전략이다. 일본의 토카이증권과 도쿄증권의 합병이 대표 사례다. 서브프라임모기지가 있던 2009년 당시 중소형 증권사였던 토카이증권과 도쿄증권은 합병을 통해 도카이 도쿄 파이낸셜 홀딩스가 됐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일본의 토카이증권과 도쿄증권의 사례처럼 계열지원이 어려운 소형 증권사들이 합병을 통해 대형화에 성공한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라며 “다만 증권사가 영위하는 다양한 사업부문을 커버하기 보다는 각자 비교우위를 확보한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합병 방식이다. 앞서 다올금융그룹은 경영권 분쟁에서 방어에 성공했다. 이런 상황에서 DB금융그룹도 쉽사리 적대적 인수에 자금을 투입할지 미지수다. 다만 향후 합자회사 설립과 같은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DB금융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지금 같이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라며 “다만 생존을 위한 대형화에 상호 동의했다면 자본을 공유하고 공동 경영이 이뤄지는 합자회사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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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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